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 나비와 길고양이의 사이에서

효준선생 2011. 7. 8. 00:38

 

 

 

고양이는 개를 제외한 동물중 가장 사람들과 밀접한 지근거리에서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했다. 이웃나라에서는 고양이와 관련된 각종 캐릭터가 친근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好惡도 분명하다.


동물이 사람과 다른 이유는 그 생김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눈빛과 표독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화났을때의 모습 때문에 고양이는 누군가에게는 기피의 동물로 취급받기도 한다. 개와 달리 그 품성과 물상때문인지 몰라도 추리소설이나 괴기물에서도 종종 등장한 고양이가 본격적으로 제목에 달리며 등장한 영화가 나왔다.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라는 긴 부제를 가진 이 영화는 고양이의 비중이 절반이상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비중이 확실히 줄어든 것인데 그럼 고양이가 이 영화의 핵심을 꿰뚫고 있느냐 하면 그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공포물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몇몇 과도한 분장을 한 어린아이의 크리처를 제외하면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거의 없다고 보인다. 그건 고양이가 말을 하거나 주위의 사물을 제어하지 못하는 동물의 한계에서 나온 이유다. 사람들이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때 날카로운 발톱으로 생채기를 선사하는 선임에도 이 영화에서 공포는 늘 고양이 주변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고양이들이 득세를 하는 이면에 숨겨진 그 무엇은 현실의 물리적 상황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이 영화는 두 가지 갈래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약한 주인이 운영하는 펫샵에서 일하는 스물살 남짓의 여자와 그의 친구들, 그녀는 스스로가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고 거기에 정신병원에서 치료중인 아버지와 살고 있다. 또 하나는 그동네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치매할머니의 가족들이다. 할머니는 맨발로 가출을 일삼고 그럴때마다 술에 찌들어 사는 중년 아들은 폭행을 일삼는다. 어느날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 사건의 중심에 비단이라고 불리는 암컷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그 고양이를 비롯해 유기 고양이들을  괴롭히거나 해를 가하려는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가면서 이야기는 버려진 생명도 업신여기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려나 보다라고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러나 초반부터 간간히 어둠의 구석을 지배하며 관객을 놀래키는 어린 아이 형상의 귀신에 대한 정체가 들러나면서 이야기의 축은 고양이에서 아이로 전이된다. 아이에게 발생했던 일에 대해 물론 자세히 브리핑 해주는 친절함도 잊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추정은 치매할머니의 행동거지에서 눈치를 챌 수 있지만, 섬뜩한 고양이 눈빛과 마치 고양이가 빙의라도 된 것 같이 나쁜(?) 사람들을 죽여가는 아이의 출현은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지는 못한다.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소리와 비주얼에 의한 공포감 조성에는 성공했지만 더 중요한 스토리의 인과관계는 희미한 편이다. 적당한 길이의 러닝타임에도 곁가지가 많아서 긴장의 끈이 자꾸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고양이는 절대로 사람들 눈에 띄며 자신들의 공간을 노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귀여워 보이지만 지하실에서 버려진채 떠도는 길고양이들이 뭉쳐있는 장면은 살벌해 보였다. 사랑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다가도 일순 내팽개치는 주인들에게는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리고 그게 고양이가 아니라 친생 자식의 경우라면? 섬뜩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