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퀵은 속도전으로 승부하겠다고 제목에서부터 천명하지만 무턱대고 달리지만은 않았다. 6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시작과 끝의 에피소드를 적당히 엮어 놓은 몇 가지 드라마적 요소도 추가해놓았다. 2시간 내내 달리기만 보여준다면 그건 마라톤 중계처럼 지루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흥행작 스피드를 떠올릴 만하다. 버스에서 묵직한 오토바이로 이동수단이 바뀐 것 뿐이지만 기술의 발전은 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장착해 놓았다.
영화 시작부터 강렬한 스트리트 폭주장면이 등장하며 화려한 서막을 장면한 퀵은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를 조명한다. 오토바이를 몰며 퀵서비스를 하는 기수, 손님의 부름을 받고 도착한 그곳에서 우연히 그 옛날 여자친구가 될 뻔한 여자 춘심을 만난다. 그녀는 걸그룹 멤버 아롬이 되었고 급하게 다음 공연장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누군가의 지령을 받으며 그야말로 배달의 기수가 된다.
이 영화는 퀴즈를 풀어가며 단계별로 정도를 높이는 일종의 롤플레잉게임처럼 전개된다. 기수와 춘심이 배달하는 물건이 폭발물인 것도 알고 그로인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질 나쁜 놈들인 것을 알지만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는 지는 아무도 모르게 해놓았다. 도심에서 빵빵 터지는 폭발사건으로 경찰조직까지 합세하지만 그들이 뒤를 쫒는 것은 마찬가지 입장인 기수일행이다.
오토바이에 의존해 이동을 해가며 서울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함과 함께 저런 장면을 어찌 찍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제 아무리 오토바이를 잘 타는 머신급 레이서라고 해도 건물 옥상을 붕붕 날아다니는 장면에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국도에서 펼쳐지는 수 십대 차량의 연쇄추돌과 아슬아슬한 카 체이싱 장면도 수준급이다.
두 번, 세 번 폭발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고 사건의 개요가 경찰에 의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자 드디어 용의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의 액션 범죄물은 초반부터 범인의 시각도 적절한 비중을 두고 보여주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범인의 정체가 숨겨진 채 오로지 기수와의 전화통화로만 전달사항이 전해지기에 궁금증을 높이는데 효과적이었다. 이는 다수의 인물이 들락날락 하면서 “대체 수화기 너머의 범인은 누구야” 라는 추측과 이내 펼쳐지는 오토바이 추격신과 맞물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 때문에 차라리 범인의 정체를 초반부터 밝히지 않았던 것은 매우 옳았다.
주요인물의 과거사가 조금씩 밝혀지고 오토바이를 위험하게 모는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그제서야 감독은 스피드와 폭발이라는 비주얼안에다 적절하게 드라마도 넣어보려고 애를 쓴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상처를 감추고 사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 몇 년 간 집요하게 목적물과 사람을 설정하고 시도를 한다는 점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소재로서는 딱이다.
간단치 않아 보이는 수많은 액션신들이, 배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 다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구조물, 움직이는 차량들 틈 사이에서 목숨을 걸어야 멋진 장면으로 부활하는 것임을 엔딩크리딧에 심어 놓았다. 부상당한 스턴트 맨들을 보며 눈물을 보이는 여주인공 강예원의 모습에서 공감이 갔다. 영화 해운대의 기록을 재현하고자 다시 뭉친 “그들”이 이번에도 좋은 스코어를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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