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포인트 블랭크 - 진짜 나쁜 놈은 누구요?

효준선생 2011. 6. 24. 00:56

 

 

 

 

80여분 동안 범죄 용의자와 그를 도와야만 가족이 살 수 있는 남자, 거기에 악당보다 더 악독한 형사 몇몇, 여기에 수많은 행인과 엑스트라들이 뒤섞여 질주 본능을 보여준다면 이거야 말로 최상의 오락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 포인트 블랭크에서 바로 이런 액션 오락물의 알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영화, 솔직히 웰 메이드 영화는 아니다. 관객과 인물이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화를 나누듯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면 이 영화는 우린 달린다. 그러니 관객들도 함께 신나게 달려보지 않으련? 하고 씨익 웃는 영화다. 


그만큼 템포와 스피드는 이 영화의 최고의 선이다. 다른 결말을 상상할 수 없게 빠르게 진행되며 그렇기에 영문도 모른 채 인질이 된 부인을 구해내기 위한 남자의 사투는 진을 쏙 뺀다. 컷을 이용한 장면 전환이 너무 많아 이음새가 간혹 매끄럽지 않고 배우들의 등장과 인물이 급작스럽기도 하지만 “이상하네” 라고 트집잡을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 스크리닝이 끝나자 마자 굉음을 내며 도망가는 남자, 무엇 때문에 그는 도망을 치고 그들을 쫒는 여러 사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범죄영화의 선과 악은 이 영화에서는 왜곡되게 나타나지만 최근에 소위 권력층 비리와 맞물려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신 재수없게(?) 사건의 중심에 놓인 남자 피에르에겐 악몽같은 하루일 뿐이다.


그를 끌고 다니는, 이 영화의 사건의 열쇠를 쥔 위고는 핵심 단서가 담긴 USB를 찾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이런 말을 한다. “내가 형사하면 안돼?” “넌 너무 착하게 생겨서 안돼”라고...


그렇다. 모름지기 형사는 좀 악하게 생겨먹어야지, 피에르처럼 순해 빠진 양처럼 생겨서는 형사가 될 수 없다는 위트다. 피에르에게 닥친 위기는 뒤로 갈수록 급박해지고 고도를 높여가는 롤러코스터마냥 위태롭다. 이중 삼중으로 혐의를 뒤집어 쓴 그가 탈출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정면돌파뿐이다.


이 영화는 정체 불명의 괴한에게 인질로 잡힌 아내를 구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자꾸 헐리웃 액션영화의 문법에 대입시키려고 했다. 빠른 톤의 프랑스어가 좀 낯설지만 닭살 돋는 사랑타령이라는 프랑스 영화에 대한 선입견은 확실히 깰 수 있어 보였다.


이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평가는 어떻게 나올까? 액션영화 잘찍는 몇몇 감독이 떠오르는데 형사의 비리보다 좀더 센 게 필요한 것 같으니 한국의 현재는 영화소재로 프랑스보다 훨씬 다양해 보인다. 비록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좀 낯선 배우들과의 만남이지만 빠르고 경쾌하고 액션감으로 충만해 더운 여름, 80여분을 화끈하려 보내려는 영화팬에게 이 영화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