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트랜스 포머 3 - 기대했던 파괴본능은 여전했다

효준선생 2011. 6. 28. 02:39

 

 

 

 

 

한 남자가 삼면이 막힌 공간 안에서 벽을 향해 사기로 만든 접시를 날려 깨트린다. 퍽하는 소리에 접시는 파쇄된다. 접시가 깨지며 주변에 조각들이 난무하지만 던지는 남자는 쾌감이라도 느꼈는지 몸을 파르르 떤다. 이곳은 평소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인위적인 파괴행동을 통해 해소하고자 만든 일종의 위락시설이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사회적 공감을 얻으며 함께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은 영화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호쾌한 액션영화를 보면서 시원하다라고 느끼는 것은 뜨거운 사우나를 하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뱉어내는 것가 같은 일종의 감탄사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역시 사람들의 파괴본능에 근거해 기획된 것임에 틀림없다. 장소만 바꿔가면 찍은 영상을 보면 이 영화의 준거는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신천지를 만들려는 세력과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힘의 대결로 압축된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보수파(?)의 승리로 귀결되지만 부수는 입장에서도 소기의 성과는 얻어낸다. 결정적인 한방을 얻어내지 못해서 일뿐이다. 그 과정에서 입는 폐해는 엄청나다. 쓰나미와 지진이 한번 몰아친 것 그 이상이다. 사람들은 침략자에 맞서 싸우고 승리에 겨워하지만 그 잿더미나 다름없는 폐허속에서 남는 것은 허망함 뿐이다.


영화 트랜스포머3의 기본 구조는 두 편의 전작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오토봇과 디셉티콘 무리로 대변되는 선악의 대결, 거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신규 아이템의 로봇을 기대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쉬지 않고 인류가 조성해 놓은 꽃밭을 훼손하는데 주력한다. 빼앗아 가려는 편도 지구인을 도와 지키려는 편도 그리고 그들 사이에 무기력하게 존재하는 인간들도 결국은 파괴하는데 주력한다.


이번 영화의 주요 무대인 시카고도 마찬가지다. 삐죽 솟은 마천루와 거리는 이들로 인해 난장판이 된다. 그곳을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우리집”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사막이미지 때문에 2편이 잘 안되었다고 해서 이번엔 아예 메가시티를 주요무대로 삼았는지 모르지만 그래봐야 주민들은 어느새 다 도망가고 남은 횡한 공간에서 그들은 열심히 싸운다.


1편에서 죽다 겨우 살아온 듯한 비주얼의 메가트론은 여전하지만 그 힘은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센티넬 프라임에게 헤게모니를 넘겨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에서 보다시피 오토봇 계열이었던 센티넬의 배신은 이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단서가 된다. 옵티머스 프라임에 대적하는 이들에게 작전대장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쇼크 웨이브다. 형체를 자유자재로 변신시키는 이 캐릭터는 마치 동양의 이무기를 연상시키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현장에 기생하는 것으로 묘사하며 반핵의 의중을 심어놓으려 한다.


이렇게 오토봇 계열의 선의 편, 디셉티콘 계열의 악의 편으로 나눠 볼 수 있겠지만 자기 입장에서는 당위성을 갖는 행동일 뿐이다. 선악의 구분은 지구인들에 의한 구분이며 이들이 지구를 떠난다면 그것은 공허만 남게 된다. 그렇다고 지구에는 언제나 선인들만 존재할까?


지구인의 대표로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 분)가 나오지만 전작과 비교해 그의 입지가 많이 줄었다. 그의 여자친구도 몸매만 눈에 들뿐 빼어난 연기력이나 캐릭터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거대 로봇들의 각축전 속에 인간 대표는 폐허속에서 존재하는 화석처럼 보인다.


무려 150분을 훌쩍 넘기는 장편 공상과학 영화지만 언제나 그렇듯 보기전에 그 기대감이 더 큰 영화, 보고나서는 끝부분에 장쾌하게 터지는 파괴의 현장이 눈에 아른거려 그 여운이 세게 남는다. 비록 금새 가실 여운이지만, 트랜스포머3는 바로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