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클라우드(구름 저 너머) - 누가 이 어린 연인을 슬프게 했나

효준선생 2011. 6. 29. 02:02

 

 

 

 

 

올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이 다시 주목받았다. 적지 않은 언론 매체들은 체르노빌 35년을 되돌아보며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곳의 일상을 리포트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른바 핵마피아들이 주도권을 잡고 흔들며 여전히 청정에너지임을 강조하느라 광고를 해대고 주요 핵 발전소들이 있는 유럽국가들이 핵 발전소의 점진적 폐쇄를 선언함에도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대한민국.


부존자원의 결핍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사용시한을 넘겨가며 연명하는 낡은 원자로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유일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잘못하면 인구 대부분을 살상할 지도 모르는 무기를 안고 살아야 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은 틀림없다.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음에도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는 이런 태도는 영화 클라우드를 보면 좀 심각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들어진지 5년이나 된 영화 클라우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극화한 영화다. 체르노빌은 인구밀도가 낮은 곳이라며 그 피해상황이 축소되고 은폐되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속 배경인 독일의 핵 발전소는 독일 정중앙에 있다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다른 나라와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는 독일에서의 원전사고는 비단 독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총과 폭격기가 난무하는 전쟁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목숨을 옭아매는 방사능의 폐해는 이 영화에서 고스란이 배우들을 통해 재현되며 영화 후반부 안쓰러워 보이는 어린 커플의 눈을 통해 이 비극을 만든 자들에게 경각을 불러일으킨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작은 마을, 고등학생인 한나는 같은 학급 남학생 엘마와 눈이 맞는다. 첫 키스를 하는 순간 비상벨이 울리고 그들에게 닥칠 미래는 핑크빛이 아니라 죽음을 암시하는 잿빛이었다. 사람들은 그동안 살던 고향을 버리고 타지로 도망을 한다. 한나 역시 원전 근처 도시로 출장을 간 엄마와 헤어져 어린 동생과 피난길에 오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한나가 도망을 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한국전쟁통에 피난길에 떠나는 우리들 부모세대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야 연명이 가능하고 힘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한나에게도 이 피난의 길은 역부족이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구름은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자 인간의 욕심이 가져다 준 탐욕의 결정체이기도 했다.


영화 후반부는 풋풋한 어린 커플이 써내려가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그려진다. 비록 비주얼은 참혹하기만 하지만 주변의 질시와 냉대를 극복하며 웃는 웃음속에 이제 핵 만능주의를 버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독일과 원전을 품에 안은 나라에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영화 엔딩에 독일은 여전히 17개의 핵 발전소를 가진 보유국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늦었지만 다행으로 얼마전 독일 총리가 순차적으로 핵 발전소 폐쇄를 언급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오는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한국은 오히려 핵 발전소 수출국임을 자랑하고 다니며 간간히 터져나오는 낡은 발전소로부터의 사고소식 때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