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음모자 - 누가 그녀의 음모를 확정할 수 있는가

효준선생 2011. 6. 23. 00:08

 

 

 

영화 음모자는 제목부터 중의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법정 드라마를 차용한 시대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시놉시스를 미리 읽어보니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 암살 사건의 범인들과 관련된 재판 기록을 토대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150여년전 일인데, 사람들은 노예 해방을 주장했던 링컨의 업적과 그가 비명에 간 사실에 대해서만 알지 그를 암살한 범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기사 남의 나라 대통령과 역사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다 알 필요도 없지만 최고 지도자에 대한 암살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한다면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그랬다면 더욱 큰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미국의 남북전쟁의 결과 북군이 승리를 쟁취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정쟁이 계속되던 차 남군 지지자로 알려진 존 윌크스 부스는 대통령을 암살하고 자신도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과 공모한 것으로 알려진 다수의 용의자와 한 명의 여성이 잡혀오는데 그 여성은 바로 용의자 중 한명의 어머니이자 여관을 운영하는 남부 출신의 촌부였다.


이쯤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세상을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터지면 수습단계로 들어가 범인을 색출하고 처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생각보다 더 감정적이고 민감한 문제가 얹혀지곤 한다. 다시 말해 링컨은 당시 승리자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암살 당했다면 간신히 봉합국면에 처한 당시의 미국은 다시 한번 혼란속으로 빠져 들게 될 것이다.


죽은 링컨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자라면 결코 이런 국면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책은 민중의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범인들을 강하게 “대접”하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속에는 법정 장면이 약 70% 이상 등장하는데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정부측 인사들이다. 당연히 그들은 가장 “센” 형을 내리자고 할 것이고 이를 막을 만한 제어장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취약부분을 강조하며 이끌고 나간다. 즉, 다른 범인들(모두 남자다)은 당연히 극형이지만, “단지 여관을 운영하며 용의자들에게 잠자리의 편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변호사의 주장이지만) 극형을 내려서는 안된다. 거기에다 여성이지 않은가” 라는 동정심까지 더해져서, 제법 법정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딜레마를 가져다 놓았다.


또 하나의 극적인 딜레마가 있다. 북군 참전군인 출신인 변호사 에이컨이 이 초로의 여인인 메리 서랏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위치에 처해졌다는 점이다. 전쟁터에서 총으로 죽였던 상대방과 한편일 가능성이 농후한 자를 변호한다는 것. 젊은 한 남자에게 지워진 짐치고는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닌가?


이렇게 두 개의 딜레마는 복합적이면서 반복적으로 묻고 답하기를 계속한다. 영화를 보면서 변호사역의 제임스 맥어보이의 신실한 눈빛과 메리 서랏역의 로빈 라이트가 뿜어내는 중후하고 기품있는 연기력 때문에라도 이들 콤비가 결국 승리하지 않겠나 하는 심정적 동의를 자꾸하게 된다.


영화는 좀 다른 결말로 이끌고 나갔다. 그렇다고 그 누구하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항소심도 안되고 재심도 안된다. 후임 권력자는 사회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해진 룰조차 아주 쉽게 눌러 버렸다. 그 안에는 진짜 범인인지도 불명확한 한 여인의 삶도 빨려 들어갔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역사는 승리자의 몫이자 살아 남겨진 자에 의해 쓰여 전해진다. 만약 남군이 이겼다면 링컨은 반대편에서 자신들을 공격한 이른바 두목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도도 지금처럼 워싱턴이 아니라 애틀란타나 리치몬드로 정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다면 링컨에 반감을 품고 그를 암살한 이 사건도 있을 리 없고 물론, 이 영화도 만들어졌을 리 없다.


다시 제목 이야기로 돌아가서, 음모자는 처음엔 링컨 암살과 관련된 이른바 역적 패당으로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오히려 반대편에 서 있는 살아남은 자들이고 이 영화는 그들이 가진 권력에 의존한 찍어 누르기 한판이 아닌가 싶었다.


음모자는 오늘날에도 이 지구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다 알지만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