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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랜턴 - 인간의 의지력과 두려움의 상관관계

효준선생 2011. 6. 17. 04:05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엔 무척이나 큰 희생이 뒤따른다. 육백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 그리고 헐크, 스파이더맨처럼 우연한 사고를 겪으며 인간의 정상적인 생활을 버리고 슈퍼 히어로로 살아야 하는 게 그들의 운명이라면 함부로 그렇게 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 그린랜턴은 그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슈퍼히어로의 탄생과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비행기 사고로 잃고 그 역시 비행기 추락사고때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남자가 있다.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그린 반지와 랜턴을 얻고 나서 수퍼 히어로가 된다. 반지의 힘으로 일반인은 따라 할 수 없는 강력한 파워를 얻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전보다 행복해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가 기존의 슈퍼히어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스스로가 슈퍼히어로의 길을 가겠다고 의지적으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단어는 의지력와 두려움이다. 인간의 의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설정은 큰 뉘앙스를 가진다. 그보다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은 없을 듯 싶다. 그러나 의지의 강화는 한계를 가진다. 의지력 반대편에는 언제나 두려움이라는, 인간이기에 필수적으로 갖게 되는 심리적 요소도 있다. 실패에 대한, 절대신에 대한, 자연현상에 대한 등등. 인간 심리에 두려움은 결국 의지력와 상존하거나 상치한다.


의지력으로 대변되는 녹색 히어로 할 조던과 달리 천재 과학자이자 교수인 헥터 해몬드는 두려움의 화신인 패럴렉스의 꼭두각시로 등장한다. 이 둘의 경쟁관계는 실체적이지만 사실은 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수시로 반복되며 現象되는 의지력과 두려움의 그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은 타인의 죽음과 망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심적동요 그리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제 아무리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말은 하지 않아서 그렇지 공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녹색 반지를 껴서 엄청난 힘의 에너지를 가지게 되지 않는 이상 늘 우리 마음 속에 잔존하는 그것, 바로 두려움이다. 그것 때문에 영화속에서 헥터의 캐릭터에 조금 더 마음이 씌여졌다.


헥터가 비행기 재벌딸이자 할 조던의 애인인 캐롤을 인질로 잡고 주사기를 목에 대는 장면에서 그 주사기안의 액체가 바로 자신처럼 흉악하게 변하게 만들 노란 물질이라는 점, 더 이상 그에게 호감을 가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서 저지르는 만행들은 반사회적 사이코 패스가 보여주는 두려움의 실체가 아닐까 싶었다.


이 영화는 코믹북의 원작에 맞춰 장면을 만들어 넣다보니 과도한 컴퓨터그래픽이 활용되었다.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녹색 섬광 몇 번을 대하다 보면 눈이 어질어질하다. 그런데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수없이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을 분장을 생각하면 주인공들의 의지력도 캐릭터에 못지 않을 듯 싶다.


반지와 충전기로 쓰이는 손잡이 달린 랜턴이 힘의 원천이라는 설정은 지극히 아동용 만화스럽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지 볼거리 충만한 공상과학 영화로만 들여다 보지 말고 인간 내면에서 충동질 치는 두려움, 그리고 그걸 억제하려는 의지력의 발로라고 본다면 조금은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