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애정만세 - 이 사랑들이 마음에 닿을까요?

효준선생 2011. 6. 13. 00:06

 

 

 

 

영화 애정만세는 재작년 걸출한 장편으로 많은 영화팬들의 호응을 얻어낸 양익준, 부지영 감독의 중편 작품 두 개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어 둔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다. 옴니버스 영화라 하니 이 두 개 영화의 공통된 주제를 끄집어 내야 하는데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연상, 연하 커플의 애매한 사랑이야기라 해야 싶다.


사랑에 국적도 나이 차도 없다고 하는데 그건 본격적인 사랑을 하고 난 뒤 세상사람의 이목을 피하고자 만든 핑계일뿐이고 막상 사랑이 시작되기전 일방적인 호감은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첫 번째 영화 산정호수의 맛은 어느 중년 아줌마의 하루 일상을 따라 다닌다. 딸의 어그 부츠를 몰래 신고 딸이 일하는 편의점에서 쵸코바를 하나 사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산정호수에 가는 법을 묻고 마침내 인적 드문 겨울날의 산정호수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도 그녀의 행적은 뜬금없다. 수신자 없는 전화를 걸어 자신의 거처를 이야기 하고 눈밭에 누워보기도 한다. 그리고 숲속에 미끄러진 채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영화 중간 중간 지난번 이곳에서 있었던 직원 야유회때 장면이 펼쳐지는데 2인3각 경기에 유난히 몰두해 있는 그녀의 모습이 부감된다. 오호라 당시 자기와 함께 뛰었던 남자 직원에게 마음이 닿은 모양이다. 아까 전화를 건 상대방도 그였고.


중년 부인의 일탈처럼 보이는 이 에피소드는 마트로 돌아와 궁색하면서도 쌩뚱맞은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뜻대로 될 리 만무하다. 상상하는 사랑은 언제 어디서든지 가능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리도 없다. 그냥 혼자 시시덕거리다 끝내면 그만이다. 시간이 나면 마실을 다녀와도 좋다. 나이와 상관없다. 누구가 그런 망상은 하고들 사니까.


부지영 감독의 작품은 좀 쓸쓸하다. 거의 혼자 연기하는 서주희나 겨울 인적드문 유원지의 철지난 모습도 그러하다. 99%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쓸쓸하다. 40분 동안 사건이 하나라도 터지지 않을까 기대한 관객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다음으로 나오는 양익준 감독의 영화 미성년은 제목도 맨 뒤에 살짝 나온다. 생각외로 발랄하다. 발칙한 여고생의 모습과 어딘가 없어보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녹음실 기사와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쓸쓸했던 앞 영화를 보면서 다소 처지는 기분을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 청량감을 준다.


한 열 살 정도 차이가 나 보이는 미성년자와의 하룻밤, 사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여학생의 당돌한 주장에 남자는 어안이 벙벙하다. 작업실에서 짬뽕이나 먹고 담배나 피우는 일이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다.


미성년자를 어찌했다는 선포에 남자는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여자애는 정말 그를 좋아하는 것일까 상대적으로 철부지처럼 보이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여학생은 남자를 찾아온다.


학교를 졸업하면 본격적으로 만남을 가져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긴 했지만 이 영화는 좀 아슬아슬하다. 방해를 받을 요소도 있고 그들의 사랑이 오래가려면 필요로 하는 조건들도 있어보인다. 그런데 꽤나 잘 어울린다. 신인배우인 허준석, 류혜영의 커플 연기도 좋아보인다.

막판에 한바탕 소란이 있지만 그 뒤에 보이는 씬은 어차피 그들이 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었을 뿐이다.


두 편의 영화가 아주 짧게 끝이 났다. 애정만세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지만 만세 소리를 지를 만큼 행복해 보이는 사랑은 아니다. 혼자 사랑하고, 또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매도할 수도 없다. 사람이 사랑한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여고생의 엄마가 작업실에 와서 떼를 쓰는 모습이 첫 번째 영화의 그 중년 여자의 모습과 묘하게 겹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