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 어 베러 월드 - 복수와 응징에서 용서와 화해로(강추)

효준선생 2011. 6. 9. 02:02

 

 

 

 

영화 인 어 베러 월드는 흙먼지 날리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자원 의사를 비추면서 시작한다. 그의 손에 의해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질병이나 감염에 의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그 일대를 주름잡는 두목에 의해 칼로 배를 난자당한 불쌍한 임산부들도 있다. 오로지 유희를 위해 타인의 생명을 유린하다는 사실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화면은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덴마크의 작은 마을과 학교, 런던에 전학온 크리스티안은 왕따 신세인 엘리아스와 친구가 된다. 아프리카의 의사인 안톤은 바로 엘리아스의 아버지다. 영화는 이 두개의 이질적인 공간을 오고가며 사회와 인간 내면의 심성에 대해 수시로 묻고 대답한다. 그 대답은 그 누구의 나레이션이 아닌 배우들이 몫으로 남겨두었다.


힘의 논리에 의한 폭력, 그리고 형성되는 왕따, 그에 반응해 나타나는 끔찍한 응징과 복수, 이런 순환이 반복되면서 서로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는 현상. 바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 주제가 된다.


평화로울 것 같은 시골학교에서 움트기 시작한 복수라는 게 어쩌면 매우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복수의 대상이 점점 힘을 키우게 되면 복수의 힘도 커지게 마련이다. 걷잡을 수 없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나가는 응징의 모습은 기성세대의 잔소리나 꾸짖음으로는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는 장소가 주는 이미지의 힘이 크다. 아이들이 자주 올라가는 사일로 옥상. 그 곳은 그 지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바꿔 말해서 세상을 굽어 볼 수 있는 공간이자 아이들이 응징의 대상을 호시탐탐 노려볼 수 있는 아지트다. 어른들은 결코 그런 곳에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곳이 해방구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된다.


다시 아프리카, 살생을 자행한 두목이 다리를 다쳐 의사를 찾아왔다. 의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신이 치료해준 많은 환자가 바로 이 두목의 만행에 의해 다쳐서인데 치료를 해주어야 하나, 아니면 내쳐야 마땅할까. 일종의 딜레마다.


이 영화는 수시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여성 감독 특유의 꼼꼼함으로 직조된 영화로 보였다. 서두르지도 않는다. 북유럽 특유의 광활한 자연의 포커스가 중간 중간 안식을 준다. 한숨돌리고 나면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자와 아이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영화 제목처럼 더 나은 세상에서는 희망을 말하지만 영화의 결말 직전까지도 이 영화는 응징, 복수로 점철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한 방 터지길 은근히 바란 점도 있었다. 그러나 감독은 안톤이라는 의사의 선택처럼 현명한 선택을 했다. 와해되고 깨져버린 사람들은 화해를 하고 상처받은 결손은 사랑으로 봉합시켰다.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지는 모른다. 그러나 오늘도 이 지구상에서 그치지 않는 전쟁의 포화를 떠올린다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만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아마 이 휴머니즘 가득한 영화를 보고 나서라면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