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빨간모자의 진실2 - 소녀의 주먹은 매섭다

효준선생 2011. 6. 7. 01:22

 

 

 

 

 

유년기 시절 집에는 동화책 몇권, 혹은 한 질짜리 세트로 책장을 채워 놓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 안에는 주로 서양의 유명 작가들이 써놓은 동화에 그림 몇 장 끼워 넣어 그 시절엔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다고 즐거운(?) 강요를 당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한글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되고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의 교훈적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거라는 부모님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동용으로만 알고 있던 이런 동화들이 알고보니 잔혹성과 엽기성을 동반한 성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식겁한 일이 있었다. 말로는 해피엔딩을 지향한다지만 그 과정에서 죽고 사라지고 상처를 입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어쩌면 그말이 맞는 것 같았다. 늑대나 여우가 사람을 잡아먹고 갑자기 신체일부가 길어지거나 흉측하게 변하고 심지어는 선인과 악인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카오스적 변화에 아이들에게 보호막은 없었다.


영화 빨간 모자의 진실2 도 사실은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모티프와 캐릭터를 한데 몰아넣어 해학적으로 묘사한 만화영화다. 주인공은 정의감에 불타는 3등신 소녀지만 그녀의 액션은 가히 성인 남자를 능가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여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중심은 소녀에서 할머니의 과거사로 넘어가게 된다. 다시 말해 성인들의 복수극으로 전개된 셈이다.


이 영화의 주제를 하나만 꼽으라면 2인자의 설움과 해소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엔 일등만 존재할 수 없다. 2등이 있기에 1등도 있을 수 있지만 세상은 아무도 2등은 기억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 2등이 공정한 방법으로 1등을 이길 생각은 안하고 무력과 폭력을 동원해 1등을 해치려고 한다면 누가 그걸 옳은 일이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종래 우리가 동화책을 통해 보아왔던 착한 캐릭터라고 알고 있던 헨젤과 그레텔이 알고 보니 악의 화신이었다는 것. 그것도 어쩌면 의외의 사실이다.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선하디 선한 모습의 남매가 일순간 악마의 웃음을 짓는 모습은 잔혹동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싶다.


이 영화 초반엔 무수한 캐릭터들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면서 대체 어떤 줄거리를 중심으로 두고 봐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잡혀간 할머니를 구출하러 떠난 소녀가 엉뚱한 곳에 들러 단서를 캐내지만 그것들은 다들 부수적인 것들이다. 그래도 낯선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 이미 말한 바처럼 전래동화에 나왔던 캐릭터가 이 영화에 나왔다고 그 캐릭터의 고유 이미지를 믿어서는 안된다. 그게 이 영화의 노림수일 수도 있다.


영화는 끊임없이 해피엔딩을 말한다. 팀 이름도 그렇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다소 혼란스런 전개지만 권선징악과 개과천선, 그리고 사필귀정의 결말은 아동용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꽂혀있는 동화책과 비교하며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가 맞는지를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대답하기엔 다소 난감할 수도 있다.


인기연예인의 더빙버전도 좋지만 오리지널 버전도 좋을 것 같고 이 영화 역시 입체영화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