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악인 - 본디 나쁜 사람도 있을까?

효준선생 2011. 6. 8. 01:17

 

 

 

영화 악인은 인간심리 내면에 잠재한 악의 감성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메스를 들이민 심리 스릴러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심리가 존재한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듯 그 내재적 심리도 상이하다. 그런데 심리를 보이지 않는 무형질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들락날락거리며 그 사람을 둘러싼 외부인과 교류하며 형성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놓고 옳고 그름을 놓고 따지는 것이 어쩌면 무의미한 것일 수 있지만 적지 않은 부분은 공통으로 사람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마냥 선하기만 한 사람, 마냥 악하기만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영화 악인은 그중에서도 악의 요소에 현미경을 들이밀었다.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유이치(츠마부키 사토시)에게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약관의 여성이 살해된 사건에서 줄기를 뻗은 내용이지만 영화는 그 사건의 진실과 범인은 찾는 과정에 비중을 둔 게 아니라 이미 초반부터 밝혀진 범인이 갖고 있는 심리내재적 악의 요소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과거, 현재를 오가면 보여주고 있다.


유이치에 대해 영화는 마치 선한 사람임에도 주변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며 면죄부를 주려는 장치가 여러곳에 숨겨 놓았다. 어려서부터 조손가정에서 자라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성장기, 온라인에서 만난 여자로부터의 냉대와 모멸감을 이기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 진심으로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었다며 또다른 여인에게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 그가 보여준 오락가락하는 행태에 관객 역시 동조화의 지그재그를 타게 된다. 


과연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고민을 하게 되지만 마지막 등대에서의 장면은 어쩌면 악의 요소는 유이치에겐 단 한번도 변치 않았던 그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확실한 악인이었다는 증거는 몇 차례 등장한다. 예를 들어 손자 때문에 괜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힘들어 하는 할머니는 손자가 선물했다는 스카프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그녀 역시 약장사에게 속아 쓸데없는 물건이나 사는 촌로에 불과하다. 결국 손자의 호의에도 그녀는 속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사복 판매원으로 일하는 여자(후카츠 에리)는 막연하게 유이치를 따라 나서며 그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 같은 스탠스를 취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행위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던 결손된 심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유이치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던 그녀, 고도 경제발전 하에 방치되다시피 한, 일본이 만들어낸 개인적 고독의 산물일 수도 있다.


영화 중반부를 지나며 영화를 이런 의미를 던졌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知音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자신의 선택이자 만족으로 착각한다. 그게 사람들의 심리를 악하게 만드는 인자가 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은 아무도 자신을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악인은 분명히 있다. 중요한 것은 악인 곁에 있는 사람도 그가 악인이라는 것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을이 지는 등대의 옥상에 올라가 저 멀리를 바라다보는 두 남녀의 얼굴 어디에서도 악인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