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트루맛쇼 - 보이는 것이 다 맛있지는 않아요

효준선생 2011. 6. 5. 01:28

 

 

 

맛집 프로그램을 한동안 자주 보았다. 우선 입맛을 자극하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프로그램을 보며 나중에 꼭 찾아가보고자 하는 식당도 소개되어 좋았다. 요즘엔 인터넷에도 맛집이 줄줄이 소개되지만 방송에서의 그것과 효과적인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그런 맛집 정보들이 모종의 거래에 의한 조작이라니 일단 충격적이다.


영화 트루맛쇼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영화속에서 적나라하게 고발당한 공중파 3사는 아예 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기각했다. 결국 정상적으로 상영이 가능하게 된 것인데 가만히 있었으면 단관, 혹은 예술영화 전용관 일부에서 퐁당퐁당 개최되었을 작은 영화를 홍보해 준 셈이다. 그 화제의 영화, 솔직히 드라마적인 요소는 별로 없는 시사 다큐멘터리라고 보는 편이 맞는데, 군데 군데 시니컬한 해학과 위트가 뒤섞여 잔 웃음을 준다.


잘나가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를 부러워 한 적이 있다. 15분 짜리 코너가 끝나면 자신과 이메일까지 박혀 등장하는 그들, 알고 보니 그들 중 일부는 아주 수완좋은 연출가였다. 대본은 물론, 연기지도까지 해내는 그들을 보니 전과 달리 아주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아마 그들은 이런 항변을 할 것이다. 대중이 원하는 화면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누가 처음 그런 화면을 원했나. 자신들이 만들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이 박히게 하고는, 대중이 원한다?


그보다 더한 것은 방송에 소개되는 맛집들이 알고보니 광고비조로 돈을 내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백에서 수천까지. 15초 짜리 광고를 넣는 것에도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것에 비교하며 10분이나 한 장소가 소개되는 이런 혜택도 없다고 생각한다니, 역설의 논리다.


악어에겐 악어새가 있듯 이런 과정엔 브로커도 있다. 본인이 식당운영을 하면서 방송의 생리를 체득하고 그 노하우를 후배 식당 주인에게 설파를 해주는 것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 그는 방송국이 원하는 것, 시청자가 원하는 것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선수다.


소위 미각전문가들은 이런 맛집 프로그램을 싸구려라고 비판한다.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평가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는 가짜다라고 표가 난다는 것이다. 차라리 방송에 안 나온 집이 맛집이라고까지 평한다.


방송에서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손님들도 충실히 배역을 소화하는 것뿐이란다. 근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왜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까? 한때는 박현빈의 노래 “죽여줘요”가 그들의 공통적인 미사여구였는데, 그것들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말인가.


영화 트루맛쇼는 전직 방송국 프로듀서에 의해 만들어진 고해성사와도 같은 영화였다. 아지트를 겸해서 일산에 직접 식당을 열고 그 안에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장면도 등장한다. 왜 사람들은 맛 집에 집착하는 지, 그리고 왜 가짜 맛 집을 소개하는지, 맛이 아닌 멋에만 의존하는 방송 시스템에 일갈한다. 제 아무리 냄새와 맛을 볼 수 없는 브라운관 속에서의 음식이지만 “가짜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엉터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런 영화까지 나와 혹시나 했던 부분을 긁어주는 모습이 신선했다. 다시는 이런 고발성 영화가 나오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될텐데... 혹시 시리즈물로 나오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