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지던트 - 집주인과 세입자의 한판 승부

효준선생 2011. 6. 4. 00:42

 

 

 

낯선 자로부터의 호의를 평소보다 더욱 살갑게 받아들일때는 그 직전 누군가로부터 냉대를 받았을 때일 가능성이 크다. 현대인은 누군가로부터의 호의를 액면가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누군가 자신에게 이유없이 호의를 베풀는 것을 보면 저 인간은 모종의 목적을 노리고 나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필수인 외로움이 진해질 때 즈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고 내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에 고맙다는 생각이 용솟음치고 심지어는 폐부 깊숙한 곳로부터 느꺼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정만 변한 것이지 외부의 조건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집주인에게 세입자란 어떤 존재인가? 가진 집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 다른 음욕을 드러낸다면 그건 치한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세입자에게 달려있다.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져 집을 구하는 여자, 집도 마음에 들고 풍채 좋은 집주인의 호의에 푹 빠진 듯 하다. 그런데 남자의 의도는 여자의 생각과는 완전 다르다. 어쩌면 전력이 있는 선수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레지던트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관계에 대해 거친 듯 하면서도 음울하게 그려낸 스릴러다. 포스터에 보이는 정체 불명의 눈동자는 바로 집주인의 그것이다. 그 눈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세입자인 여자는 이 집의 구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채 룰루랄라 자신의 공간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그 집은 외부로부터 누군가의 감시하에 들어가 있다. 마치 몰래 카메라를 찍는 것처럼 여자의 동선을 모두 체크한다.


대체 집주인 남자는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또 외과의사인 여자는 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중반부,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배우들의 나레이션이 아닌 빠른 리와인드를 통해 남자의 눈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같은 장면이 두 번 등장하는 셈이다. 그리고 다시 접점을 찾았을 무렵은 남녀관계로 발전될 뻔한 이들 남녀, 그리고 옛 애인과의 재회를 앞 둔 여자의 갈등 심리가 남자가 폭발하는 시점과 일치한다.


초반부 집주인 남자의 인상은 푸근함 그 자체였다. 턱수염 때문에 중년처럼 보이지만 미혼의 훈남스타일이다. 그 덕에 관객들은 그보다 음흉스러운 눈빛의 할아버지를 더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결말을 얘기하면서 같은 사람은 돌변한다. 마치 먹이를 앞둔 맹수같은 모습으로.


이 영화는 좁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심리묘사와 디테일한 동선에도 좋은 점수를 줄만 하다. 의심할 만 한 남자가 아닌 듯 해서, 또 사랑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녀라서, 남녀간의 스파크가 튄 뒤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낼 것이라 믿은 여자의 잘못이라고 말하기엔 힘들다.


누군가의 호의가 과잉친절로 받아들여지면 부담스럽지만 그 호의를 상대방이 오해할 수준까지 만들어 버린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인가? 뉴욕의 한 공간,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육중한 아파트 문을 닫아버린다면 어쩜 그 안의 일은 미궁에 빠질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