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모비딕 -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것들

효준선생 2011. 6. 3. 02:36

 

 

 

요즘 신문과 뉴스를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 혼란스럽지만 그 안에서 자꾸 간과하고 있는 무엇인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면 온 나라가 주목하지만 이내 발생하는 다른 뉴스에 치어 관심 뒷 켠으로 사라지곤 한다. 또 좀 시간에 지나면 세상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며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뇌리속에 각인될 만큼 사건의 발생 사이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연일까?


물타기라는 말이 있다. 고급용어(?)로 희석이라고 하는데 사건의 발생은 막을 수 없을지언정 그 사건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우는 것은 인위적으로 가능하다. 여기에 항거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할때는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다. 그럼 왜 물타기를 하고 그 주체는 누구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권력이 대한민국을 지배할 것이라는 논리를 부당한가? 아니면 어느 정도는 맞는가? 하루에도 수 백개, 수 천개의 정보를 접하지만 그게 누군가의 조작이나 선별과정을 통해 우리의 눈과 귀로 들어온다면 믿겠는가.


1994년 그 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그 한 해가 다가려는 11월 가평인근 발암교가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경찰과 기자들이 나서 특종운운하며 기사화했지만 국민들은 누구의 소행인지 조차 잘 모른다. 사람들의 관심이 잦아들 때 즈음 되서야 북한의 소행으로 짐작된다고 하는 발표만 남을 뿐이다.


영화 모비딕은 어쩌면 우리의 정보수집능력 그 위에서 노는 모종의 권력에 대해 시니컬하게 메스를 들이민 착 가라앉은 스릴러물이다. 권력은 늘 양지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체 존재한다지만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만가지 협잡이 준동한다. 마치 오리가 가라앉지 않기 위해 물 속에서는 발버둥치는 것 처럼.


명인일보라는 가상의 신문사 기자들이 이 발암교 사건이 조작되었음에 눈치를 채고 접근해 갈수록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세상에 존재하는 진실이 더 이상 진실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캐면 캘수록 거세지는 저항, 거기에 동료 기자의 순직이 이어지며 이야기는 극단을 치닫게 된다.


이 영화의 분위기는 무척 차분하다. 괜한 액션씬이나 폭발장면은 극도로 자제하고 각 배역간의 대사와 추리로 스릴러물임을 자처한다. 그 선택은 옳은 것 같다. 액션신에 치중하다 보면 각 장면의 점프가 매끄럽지 못할 텐데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인지 할 말은 다 한다.


또 하나의 신기한 점은 소품을 들 수 있다. 1994년이라는 확실한 시대배경 때문에 그 해에 있었던 수많은 소품들이 선을 보였다. 다들 어디서 구했는지 삐삐를 쓰고 단종된 차량이 보이고 서대문 화양극장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추억이 새롭다. 


하지만 문제 풀이를 위한 힌트를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곳곳에 숨겨놓는 바람에 그걸 찾아내는 주인공들의 능력이 가히 초능력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 작위적이다. 후반부로 치달으면 더더욱 그런 점이 많이 보이는데 관객들은 이미 주인공에 맞선 일당의 존재를 훤히 알고 있기에 그들을 잡아낸다는 것이 중과부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깡만 있고 힘없는 기자가 일당백 그 모든 것을 뒤집는다? 다소 허언이 뒤섞이며 아쉬운 결말이 보여지고 만다.


연출 진행은 안정적이며 튀지 않았다. 복선과 인과관계도 나쁘지 않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의 균형감이 다소 어그러졌다는 점, 마지막 비행기 폭발과 관련된 매조지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관객들은 대사위주로 길게 끌고 나온 영화일수록 강렬한 라스트 한 방에 열광할텐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세상의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해서는 안되는 일을 예술이라며 저지르는 그들이 1994년에 존재했을 것이라는 준거에 착안한 영화 모비딕, 더 이상 그런 권력은 있어서는 안될텐데 요즘 뉴스를 보면 어쩌면 그런 권력은 여전한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