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소년 KJ - 음악은 제 삶의 또다른 표현 방식입니다.

효준선생 2011. 6. 1. 00:37

 

 

 

 

아주 간혹 땡기는 포스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포스터에 현혹되면 영화의 수준과 별도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영화 소년 KJ의 경우도 얼추 비슷하다. 아주 오래전에 본 투게더라는 영화의 그것과 흡사해 보였다. 그래서 음악 드라마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한 소년 천재 피아니스트의 어린 시절과 그가 성장해 열 여덟살이 된 뒤의 그의 호흡으로 연결된 다큐멘터리였다.


천재 음악가는 많다. 그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하고 그걸 영상으로 죄다 옮겼다면 그런 영화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소년 KJ가 보여주는 당돌함 그것으로 보인다.


정말 되바라진 소년이 있다. 열 한살 때 체코에 가서 피어노 협주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장면으로 시작해 어느덧 어린 소년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 그. 원래 이름인 황가정보다 그냥 KJ로 불리기를 원하는 소년.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세상보기는 상당히 거칠면서 톡쏘는 맛이 느껴졌다. 에둘러 얘기하거나 끝을 흐릴만한 언사를 구사할 나이임에도 그가 내뱉는 말은 이 세상에 대한 그야말로 디스다.


영화는 두 편의 시대를 쪼개서 이어붙였다. 열한 살과 열 여덟살의 차이는 외모뿐은 아닌 듯 했다. 늘 음악과 함께 하는 그를 조명하며 그의 친우들, 가족들을 언급하지만 결코 부드럽지 않다. 음악연주 장면은 일부러 툭툭 끊어지게 찍은 것 같으며 그가 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연주장면은 케잌위에 올라앉은 먹을 수 없는 장식처럼 보였다.


그런데 극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그가 세상에 품고 있는 자기만의 불만이 온전하지 않은 그의 가정사와도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루시라는 걸출한 음악선생이 곁에 있어도 부모의 부재는 그에게 결정적인 흠결을 갖게 하 것은 아닌가 싶었다. 또한 상을 받기 위해서 음악을 한 게 아니라는 반복적인 말 속에는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외로움이나 부족함을 메꿀 방법이 없어요라는 자기 한탄일 수도 있었다.


홍콩의 무명에 가까운 소년의 이야기가 영화로까지 나와 한국 영화팬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몇 개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가 희멀건 표정으로 얼버무리는 모습은 그가 아직도 어린 소년이라는 것을 반증했다.


젊은 청춘이 꿈을 잃고 비틀거리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적 요소가 배제된 채 오로지 소년의 입과 얼굴에만 포커스를 맞춘 이 영화가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어낼 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