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 그녀들의 공포가 환청으로 느껴진다

효준선생 2011. 5. 31. 01:51

 

 

 

 

공포영화도 시류를 따를 수 밖에 없나보다. 학원 공포물이 주류이자 대세였던 지난 몇 년 동안의 여름 극장가를 장식한 호러물들은 이제 촉수를 여자 아이들 세계로 뻗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생각이상으로 섬뜩했다. 공포물을 보면서 더 이상 소리지르며 무서워할 나이는 지났지만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올라 내 시각에서 사라져 촉각을 자극하는 그런 공포였기에 별 점 하나 정도는 추가로 선물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공포물엔 유명세를 탄 배우들은 잘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그 배우들이 구축해 놓은 여러 가지 이미지 때문에 공포영화의 최고의 덕목인 무서움을 相殺해버리는 효과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공포물들은 완전초짜나 신진급 배우들을 캐스팅해 신선한 공포감을 조성해보려고 시도해 왔다. 그런데 기본적인 연기력 부족은 공포감의 체득을 방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제 아무리 비주얼 좋은 배우들을 주르륵 세워놓아도 분장으로만 무서움을 조성하기엔 무리가 있다.


얼마전 방송에서 현재 활동중이거나 잠시 쉬고 있는 여자 걸그룹을 모두 합치며 무려 40여개 팀이나 된다고 한다. 평균 4, 5명의 팀원을 감안하면 200명이나 되는 꽃띠 청춘들은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따라 어제도 오늘도 몸을 비틀고 목청을 가다듬고 해서는 안되는 유혹의 손길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 화이트는 영민한 선택을 했다. 우선 현재 한국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인 걸그룹의 내면을 마치 논문 작성하듯 꼼꼼하게 프리 프로덕션한 모습을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가창력 부재, 성형의 은폐, 스폰서의 유혹, 노래보다 춤에 몰두하는 현상, 백업 댄서의 비애, 멤버간의 갈등과 소속사의 문제등, 잘 알려진 문제를 공포영화 한 가운데 제대로 심어 놓았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나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화려한 무대 뒷켠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그녀들의 문제가 완전히 까발려진 것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보여지고 그로 인해 원한과 갈등, 사건으로의 전개과정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4인조 걸그룹이 있다. 아직은 무명이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성공이라는 목적지향은 다른 걸그룹 못지 않다. 그러나 타 그룹 백업댄서 출신이 리더가 되었다는 점 때문에, 혹은 노래를 잘 못한다는 걸림돌 때문에 이들 간엔 일종의 알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얻어낸 10년전 미 공개곡 화이트로 이들은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고 그로인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공포영화라고 소복을 입은 귀신이 등장해야 한다는 법칙은 오래전부터 안보이기 시작했다. 대신 개인이 느끼고 공황, 그리고 인해 환영이나 환청이 이런 공포를 대신해주었다. 어쩌면 그게 더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 작용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도 귀신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대신 귀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은 모르게 느끼고 있다고 적시를 한다. 다른 배역은 모르지만 관객은 안다.


하나의 그룹에서 메인이 되겠다는 욕심은 다들 부릴 듯 싶다. 그런데 그 후과는 만만치 않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전우의 시체를 밟고 올라서야 승리를 쟁취하는 전투장면처럼 이들의 운명도 치열하기만 하다. 영화는 30분이 지나기 전까지는 매우 흥겹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걸그룹들의 춤과 음악을 감상하다보면 어 이게 공포영화 맞나라고 잠시 착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공포의 장면들, 상당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속출한다. 최후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그 장면은 정말 섬뜩하다. 자기를 응원해주던 대중에 의한 피해를 연상케 하는 그 장면, 그리고 배우의 표정연기는 정말 무섭도록 압권이다.


영화 화이트는 대충 아이돌 몇 명 캐스팅해서 무섭지도 않은 억지 장면과 귀신같지도 않은 귀신을 투입해 헛웃음으로만 치장한 영화는 분명아니었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이야기를 마치 평형이론처럼 끌어다 붙여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뒷모습도 우리의 모습과 하등 다르지 않을 거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공포극답지 않게 사건의 이면을 풀어가는 모습이 다소 복잡하지만 아무튼 2011년 공포물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는 아주 제대로인 듯 싶다. 영화사 곡사의 상업영화제작으로의 진입을 축하하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