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쿵푸팬더2 - 이 귀염둥이 팬더곰에 열광하는 이유는?

효준선생 2011. 5. 28. 01:02

 

 

 

 

전편이 있는 후속작을 보고 리뷰를 쓸라치면 곤혹스럽다. 다들 전작의 추억에 잠겨 이런 저럼 비교를 하거나 아무래도 나중에 나온 것에 대한 흠집내기가 대다수이긴 하지만, 아예 보지 못한 경우라면 대체 앞에서 뭐라고 했길래 저러는 거지 하고 좀 난감한 경우가 없지 않다.


오늘 본 쿵푸팬더2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새끼 팬더가 친부모와 헤어져 거위에게 거두어져 성장하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행세하며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정체성에 대해 눈떠간다는 이야기 구조라면 전편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이번 작품을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편을 보지 못했다고 후속작품 선택에 갈등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아주 흥미롭다. 한때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중국의 皮影을 활용해 과거의 이야기를 추려냈다. 피잉은 당나귀나 소의 가죽을 반투명이 될 때까지 얇게 펴서 말리고 거기에 채색을 해서 인형처럼 보이게 만든 뒤 조명이 있는 스크린에 대고 움직여 반대편에 있는 관객들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중국의 아주 오래된 오락거리다.


중국영화 인생(活着)에서 주인공 갈우가 문혁때 생계를 위해 잠시 했던 그것이기도 한데 이번 영화속에서는 색채감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이윽고 등장한 마을, 통통함을 넘어서 뚱뚱하기까지한 팬더곰 포는 거위의 양자로 자라나 마을을 지키는 용의 전사가 된다. 거기에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친구 5명과 뭉쳐 도둑도 잡고 일견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한다.


이야기가 중반쯤 되면 이런 평화를 깨는 캐릭터가 등장하게 마련인데 바로 공작새를 형상으로 하는 셴과 그를 추종하는 늑대무리들이다. 이 셴이라는 캐릭터가 바로 포가 팬더의 무리에서 벗어나 엉뚱하게 거위의 손에서 자라게 된 단서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 사연에 대해 포가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막장 드라마에서 보이는 “실은 너의 친부모는 이모부였다” 이런 식의 이야기와 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은데 사람들이야 혈액형이나 DNA검사가 아니고서는 겉모습만으로는 혈연관계를 알기 어렵지만 동물들은 간혹 개를 친부모로 아는 고양이도 있다고 하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포는 자신을 해치려는 무리들과 격투를 벌이면서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면에서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 그들이 자라 성인이 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간다. 체구에 안맞게 깨방정을 떨기도 하지만 그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는 시포 사부와 사형,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에 외롭지는 않을 듯 싶다.


악의 무리로 등장하는 공작색는 기존의 우아함을 벗어나 신출귀몰하고 술수에 매우 능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공작새의 그런 이질적인 모습도 이 영화를 통해 그려낸 또 하나의 눈요기가 된다. 비록 악의 무리는 포의 바람대로 물러난 것처럼 보이고 엔딩 직전 친부모로 추정되는 팬더곰의 모습이 잠시 보인 것으로 보아 3편이 준비중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탄생의 비밀을 어렴풋이 알게 된 포의 모험담은 후속편을 통해 보다 스펙타클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원래 팬더곰은 뒹구르기를 잘하는 동물이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을 챙긴다고 했는데 맛보기만으로 끝내기엔 캐릭터들이 너무 아깝다.


기술적인 면에서 애니메이션의 최상을 보여주는 것 같은 포근한 질감, 입체영상을 감안해 활동량을 많은 넣은 것들에는 점수를 높게 줄 수 있다. 그러나 다소 맥빠지는 스토리텔링의 허술함은 꼭 보완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출생의 비밀은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소재일지 모르지만 한국의 관객 눈에는 막장 드라마들이 하도 울궈먹어 식상하기 그지 없는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한국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하는데 스탭중에는 중국계가 많이 보인다. 그중엔 재키찬(성룡)의 이름도 보인다.


중국의 문화소스를 대량으로 투입해 이것 저것 훑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엔딩 크리딧에 올라오는 시퀀스들도 아트다.  급한 일 없으면 진득하니 앉아 챙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