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코파카바나 - 이토록 경쾌한 인생이 있나(강추)

효준선생 2011. 5. 25. 01:19

 

 

 

이 아줌마 역마살이 단단히 낀 모양이다. 그리고 여전히 언젠가 브라질로 떠날 생각에 몰두해 있다. 그런데 그녀의 계획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남들은 그녀의 행색만 보고는 부르조아라고 까지 하지만 그녀는 허탈하게 거울에 자신의 모습만을 들여다 볼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처한 경제적 이유로 결코 주눅들거나 브라질로 떠날 생각을 포기하려 않는다.

그렇다고 억척 아줌마의 전형처럼 꼬질꼬질하지도 않다. 대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 코파카바나는 온전히 이사벨 위페르의 연기력에 의존해서 만든 영화나 다름없다. 그녀를 처음보는 영화 팬일지라도 30분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가진 것없는 신세임에도 결코 세파에 찌들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 그녀는 화장품 가게에서 테스트 삼아 화장을 받으면서도 당당히 샘플을 요구하거나 거리에 앉아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줌마를 보고 유모가 필요하냐고 묻거나 면접시간에 늦었다고 문전박대 당한 과자점에서 아주 가볍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심술 맞거나 괴팍하게만 보이지 않는게, 그녀에게 그런 모습이 없었다면 참으로 심심했겠다는 느낌이 절로 들어서였다.


그녀의 딸, 스물 두 살이고 결혼을 한단다. 다소 이른 나이지만 결혼이 불가능한 나이는 아니다. 문제는 딸은 엄마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인 날짜를 잡았다며 엄마는 결혼식장에 안와도 된다고 통고한다. 심지어 미친 건 아니냐고 몰아 붙인다. 그런데 그녀는 펄펄 뛰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는 커녕 군말없이 너무 쿨하게 브라질이 아닌 벨기에로 간다. 그리고 그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딸 하나 키우며 자식 뒷바라지 하며 자신의 안락은 꿈도 꾸지 못하는 우리네 엄마들로서는 그녀의 일탈에 가까운 행각에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몇 해 전 인기를 얻었던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에서 엄마는 집에서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선언을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엄마들의 동조를 했을까. 그러나 그 드라마의 엄마는 결국 다시 가족들이 기다리는 소굴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그러면 바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딸 앞에서 인도식 복장을 하고서는 나마스떼를 외치며 분장쇼를 하는 철없어 보이는 엄마, 그녀는 과연 삼바복장을 하고 브라질식 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영화 후반부부터 그녀가 보여주는 상승세에 관객들이 동조하게 만든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 그녀가 도와주는 거리의 가난한 연인들, 그리고 그녀의 회사 동료들, 하나같이 확실한 캐릭터들로 중무장했다. 그녀가 그들과 교집합을 만들어 가면서 엮어내는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웃기고 한편으로는 처연하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얻어낸 그녀의 잭팟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오랜만에 신나는 인생을 그린 영화를 보았다. 누구나 꿈꾸지만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리버럴한 인생, 그녀의 본명인 엘리자베스가 영국 여왕의 그것을 연상한다고 바부라는 애칭으로 불리기 원하는 그녀. 그녀의 인생 결코 바보가 아닌 바부로 즐겁게 살기 바란다. 


딸과 다투고 혼자서 수족관에서 멀거니 서서 수조안의 물고기를 보는 그녀의 뒷모습과 미래의 사위에게 손짓 발짓을 해가며 전화로 딸을 달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인생은 이렇게 혼자서라도 경쾌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될 듯 싶다. 5월의 최고의 영화로 꼽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