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회초리 - 핏줄은 원래 땡기는 법

효준선생 2011. 5. 22. 00:02

 

 

 

 

부모와 자식간의 자애와 효심을 그린 영화는 쉬지 않고 등장한다. 그럴때마다 관객들은 여지없이 눈물 한방울 흘려내고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한국인이기에 더욱 진한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는 말 속엔 그만큼 부모와 자식간의 끈끈한 정이 존재하거나 상실된 상태임을 상기시키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는 주로 관계의 상실 속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그려왔다. 영화 회초리도 그런 측면에서 고려될 만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낯설다. 일단 최근에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녀간의 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둘째 상봉기간이 생각보다 정말 짧다.


작년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아버지에서 태식과 이웃집 소녀 소미의 관계를 유사 부녀관계라고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비워놓은 아버지의 자리를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통해 대리충족 시키는 과정에서 관객들이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힘은 어쩌면 혈연관계에서만 좌우되던 부녀의 관계를 확장시킨 공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냥 눈 한번 감으면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구해내려는 행위, 그렇게 해서 만나 둘이 주고 받는 말속에는 “당신은 우리 아빠다”라는 의미가 확실하게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영화 회초리는 그런 범주에 들 수 있을까. 펀치 드렁크에 시달리는 전직 권투선수, 자식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이 남자는 시골 서당에서 머물며 그곳 어린 훈장님에게 혈연의 정을 느낀다. 맞다. 그 아이는 자신의 친딸이며 태어난 이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부녀가 상봉했으면 이젠 해피하게 살면되겠네 하는 심드렁한 기분 때문이었다. 그걸 깨기 위해 아빠는 환자로 나오고 기억력을 상실할 것이며 어쩌면 또 다시 이별을 할지 모른다는 상투적인 설정이 부담스러웠다.


전반부는 서당을 찾아온 일단의 무리들의 몸개그를 통해 웃음을 주고 뒷 부분에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부녀의 정을 부각시켜보려고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가 작위적이고 결말을 추측가능하게 만들면서 시들해졌다. 주연과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원투 펀치로 합이 맞아야 하지만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각자 플레이에 만족하고 말았다.


주인공이자 딸로 나오는 아역배우 진지희의 열연은 돋보이지만 막판 감정의 과잉으로 치닫으면서 몰입을 방해했다. 소리를 지른다고 12년을 잊고 살았던 父情이 배가되는 것도 아닐지언대 차라리 약을 사오다가 가로막대에 걸려 넘어지며 우는 장면이 좀더 안쓰러웠다.


자애와 효심을 그린 영화처럼 보였는데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마지막 칼부림 장면은 좀 순화되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근처에 앉아 있던 아이가 그 장면을 보았는지 마구 울어대는 모습이 이 영화의 갈피는 어디인가 싶어졌다.


늘 주목을 받는 소재임에도 보다 쫀쫀하게 그려내지 못해 아쉬운, 배우들의 면면에 비해 어딘가 많이 부실해 보이는 스토리텔링이 이 영화 전반적인 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