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달팽이 식당 - 요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터득하다

효준선생 2011. 5. 19. 12:15

 

 

 

 

 

의지하던 할머니의 죽음, 사랑했던 남자의 배신으로 실어증에 걸린 여자. 린코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엄마에게 의탁하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한다. 그 대신 할머니에게서 배운 요리솜씨하나 믿고 작은 식당을 하나 내는데 이름하여 달팽이 식당.


물론 달팽이 요리는 없다. 주 메뉴는 카레와 스튜 같은 것들. 가게 만드는데 수고를 해준 동네 아저씨의 입소문으로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며 린코는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에서 벌레가 나오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식당. 린코의 갈등은 다시 시작된다.


영화 달팽이 식당은 일본 특유의 과장과 일상속에서의 집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낸 만화같은 영화다. 식당이라는 매개를 통해 한 여자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나의 행복은 어디에” 라는 주제에 매달린다. 연이은 사건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요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하고 그녀의 진심은 정성스레 만든 요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두 번째 손님인 꼬마 숙녀, 짝사랑하는 남학생과 함께 와서 식사를 하고 나서의 표정은 정말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얻은 이름이 쥬뗌므 카레. 불어로 사랑의 카레아닌가. 린코의 이름역시 특이하다. 돼지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그녀의 엄마는 린코를 불륜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었다고 “倫子(린코)”라고 이름지었다고 하질 않나 돼지이름은 명품인 에르메스라고 하질 않나. 이런 주변환경속에서도 린코는 절대로 위축되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다. 마치 세상을 달관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영화의 말미 엄마는 옛날 대학교 선배와 결혼식을 올리면서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를 잡자는 제안을 한다. 이윽고 상에 올라온 수많은 종류의 돼지고기 요리들. 물론 모두 린코의 솜씨다. 영화는 여기서 끝난 셈이다. 그 뒤에 나오는 만화적 시퀀스. 돼지등에 올라탄 모녀의 모습이나 가게벽에 부딪쳐 죽은 비둘기 요리를 해먹으면서 “오이시이”라며 다시 말문을 연 린코의 모습은 보너스에 불과할 뿐이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녀가 보여줄 것들은 다 보여준 셈이다. 영화 말미 그녀의 엄마는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비록 불륜으로 태어났지만 윤리적으로 살라고 해서 린코라고 이름지었다”라는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무엇이든 어떤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그녀가 부럽다. 또 작지만 한 커플만을 위해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그녀의 모습이 대견해보였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작은 식당은 정말 갖고 싶은 아이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