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 놀이공원 어트랙션에 빠진듯

효준선생 2011. 5. 20. 03:01

 

 

 

 

시리즈물 영화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그 영화에겐 행운이자 복이다.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의 경우 단 한번도 이 영화의 전작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라도 조니 뎁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만들어내는 잭 스패로우의 캐릭터는 이미지상으로 매우 익숙하다.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시리즈 물로는 4번째 영화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는 전작 세편과는 좀 다르게 편성되었다. 어쩌면 3편을 하나의 챕터로 나누고 다시 이번 작품부터 앞으로 몇편을 또 하나의 챕터로 묶어 연작으로 만들어 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의 끝부분, 전설의 해적 검은 수염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그의 딸, 그리고 잭 스패로우, 화면속에서는 잠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활약과 마지막 멘트로 볼때 결코 그런 식으로 바이~바이~하지는 않을 태세다.


그럼 이번 영화의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복이라는 자와 여러 선남선녀를 동쪽으로 보냈다는 일화가 이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 이른바 젊음의 샘, 한마디로 오래 오래 살아보겠다는 인간이라면 꿈꿀 수 있는 신비의 영약을 찾으러 간다는 설정이다.


물론 이 좌충우돌, 우당탕 소란 한가운데는 전직 해적이자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캡틴 잭이  버티고 있다. 그는 보물섬 지도를 가지고 대중을 현혹하는 듯한 스탠스를 보이며 목숨을 연명하고 그 와중에서도 제 몫을 챙기는데 수완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길을 떠나는 검은 수염의 무리, 또 조지 2세라는 영국 왕의 똘마니, 그리고 당시 해양제국이라는 스페인 함대. 이렇게 많은 무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젊음의 샘을 찾아나선다.


이 영화는 모두 3개의 세트로 나뉜다. 영국 왕에게서 탈출하는 장면, 그리고 앤 여왕의 복수라는 이름을 가진 선상에서의 장면, 마지막으로 샘물을 찾아가는 섬 속에서의 장면이 그것이다. 하나가 끝나면 분명히 다른 세트임을 알아챌 수 있게 조정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볼 만한 장면은 마지막 섬으로 추정되는 정글 속에서의 헤맴이다. 워낙 찾는 자들이 많으니 이들의 모험은 마치 숨바꼭질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피구놀이처럼 장난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캐릭터들이 무수하고, 대체 젊음의 샘물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이 의문 마저 들었다.


좀 바꿔 생각하면 이들의 행각은 모두 인간의 욕심에서 출발한다. 나이 먹기를 거부하려는 욕심, 남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한 욕심, 설사 자신의 친 딸앞에서 조차 자기의 목숨을 연명하려는 욕심,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는데 사고로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들의 냉혈함은 결코 본 받고 싶지 않은 부도덕함들이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과정에서 특이하고 인상적인 캐릭터가 하나 등장한다. 아니 둘이다. 젊은 선교사와 인어아가씨다. 한참을 맥빠지게 화면을 보다 아름다고 엣지있는 인어의 등장에 각성되었는데 인어들의 공격성과 사람 못지 않지 않은 인간성에 잠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요란법석의 활극 판타지로 그 제목만으로도 본전을 할 만하다지만 전체적으로 놀이동산 어트랙션 정도에 비견할 수 있다. 젊음의 샘을 찾는다는 오로지 하나의 목표설정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 데 실패했고 그들이 겪어 내야 하는 어드벤처의 난이도도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 정도로 높지 않았다. 입체영화를 표방하고 안경을 덧씌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효과에 대한 반응도 높지 않다.


영화 후반 몇몇 장면에서 임산부의 태가 드러나는 페넬로페 크루즈의 스페인어 억양의 영어와  조니 뎁의 카리스마는 언제봐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