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워즈를 보면서 어느 곳에서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그녀들이 갖는 삶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에서 손녀에 이르는 3대, 실제 영화속에서는 5대에 걸쳐 캐릭터가 등장하긴 하지만 일단 주연으로 잡아놓은 6명의 매력적인 女優을 중심으로 보면 그 긴 세월,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1936년 가부장적인 집안에 장녀로 태어난 린,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남자에게 시집가야 한다. 그녀는 도망을 쳐본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낸 엄마를 보며 용기를 내본다. 처음 만난 자신의 남편이 아껴주겠다는 말에 스르륵 미소를 띤다.
1970년대 단아한 모습의 첫째 딸, 행복한 결혼을 한 듯 싶지만 그 행복 오래가지 못한다. 불행은 자신이 만든 것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못된다. 그래도 그녀의 미소는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어딘가 통통 튀는 신세대 스타일의 둘째 딸, 당시로서는 드문 직장여성상을 그려내는데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혼과 직업 사이에서 갈등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3대와 이어주는 셋째 딸, 아이 둘을 남기지만 가장 진한 모성애를 말해주고는 일찍 세상을 접는다
2000년대 사토의 두 딸은 조금 다른 처지에 있다. 태어나지 못할 뻔 한 둘째 딸은 일찍 결혼해 아이도 낳고 남편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만 엄마 몫까지 동생을 돌봐야 했던 첫째 딸은 미혼모가 되고 자신의 꿈인 피아니스트로의 삶도 접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렇게 여섯명의 딸들의 캐릭터를 모두 펼쳐놓고 보며 처연함이 일단 느껴진다. 여성으로서의 생육과 일에 대한 갈등이 전반적으로 걸쳐있지만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일부를 희생해야 이룰 수 있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누구는 그걸 깨보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순응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보이지 않는 눈물을 수반한다. 그게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를 톤 다운 시키지만 그렇다고 장례식 분위기처럼 침울하지는 않다.
이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순서는 시간 순이 아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이어 그 할머니의 장례식이 보여지고 다시 2대의 이야기가 보여지고 다시 3대의 이야기, 그리고 맨 마지막 다시 할머니의 이야기로 구성되는 왔다갔다하는 구조다. 편집이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한 집안 사람들이지만 직계만의 관계를 다루는 것은 특이하다. 따져 보면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 혹은 이모와 조카의 이야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생략되어 있다. 또 동시대에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딸들이 어린시절에서만 형성된다. 그러므로 성인이 된 두 명의 여성의 만나는 장면은 딸들간의 만남일뿐 엄마와 딸은 결코 한 컷안에 등장하지 않는 특이한 구조다.
또한 이 영화는 색감이 정말 빼어나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연한 밀크색 주조의 흑백으로, 70년대 2대의 이야기를 할때는 색이 바랜 듯한 정말 당시에 찍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컬러로 만들어 냈다. 그 당시에 어울리는 물산과 인물들의 소품과 스타일을 보는 것도 즐겁다 .
운이 좋으면 자신이 태어난 해에 바다건너 나라에서 어찌 살았는지 간접체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6명의 빼어난 미모의 여배우를 동시에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여자이기에, 또 아이의 엄마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의 정서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한다. 엔딩크리딧을 장식하는 후일담을 대신한 각각의 사진을 보면서 다들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서다. 내 어머니가 살았을, 내 고모가 살았을, 내 누이가 살았을 그런 이야기를 들여다 보았기에 므흣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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