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삼국지 명장 관우 - 재주는 관우가, 실리는 조조가 챙겼네

효준선생 2011. 5. 17. 01:09

 

 

 

 

삼국지를 단 한번도 읽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며 삼국지를 백번 읽은 사람과는 일을 함께 도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영화 삼국지; 명장 관우는 삼국지를 단 한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바로 그 장면이라며 기억해낼 수 있는 유명한 오관돌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오관돌파라 함은 조조의 인질로 잡혀 그곳에서 머물던 관우가 유비의 생사를 확인하고는 두 명의 형수를 모시고 조조가 다스리는 영토를 벗어나 촉의 땅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말한다. 모두 다섯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기에 五關突破라 한다.


그런데 영화는 바로 오관돌파의 과정을 그리지 않고 처세의 달인이자 효웅(梟雄)으로 평가받는 조조의 내면을 보다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인질인 관우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회유해 자기 사람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그것으로 그 와중에 결코 무력으로 상대방을 겁박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조조가 단 한번도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않고 간혹 붓을 들고 있는 것은 그가 매우 인간적이라는 모습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물론 조조의 文才는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사람을 잘 부리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렇기에 삼국지의 최후 승자는 그의 부장(副將)에게서 나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영화속의 조조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온화하고 인정적이다. 그런 이유로 올곧이 그의 전향요구를 거절하는 관우의 이미지가 너무 딱딱하고 융통성없게 그려지는 것도 부담이다. 제 아무리 도원결의를 통해 형제의 연을 맺었다고 해도 자기를 도와 중원의 평화를 도모하자는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리는 것은 삼국지 원전과 상관없이 꽤나 아쉽게 보였다.


초반 45분 정도의 조조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관돌파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인 관우, 아니 견자단의 무술액션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동령관에서 공수의 창술외엔 뾰죽한 경합은 기대를 저버리고 생략되었다. 물론 원전에 나온 것처럼 낙양관, 기수관, 형양성을 지나지만 대적하는 상대를 확 줄이고 무술장면도 대폭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러닝타임의 안배때문인지, 너무 무술장면만 보이는 게 싫어 대충 얼버무린 것인지 모르지만 이 영화의 핵심이 퇴색하면서 결론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또 하나의 에러는 바로 형수와의 로맨스다. 원전에는 두 명의 형수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 영화 초반에 분명히 두 명의 형수가 등장하는 데 나중에 막상 도망칠 때는 외모만 눈에 띄는 또 한명의 여자, 기란(손려 분)만 데리고 다닌다. 거기다 막판에 도무지 알 수 없는 로맨스라니...


용두사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활주관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뜬금없이 관우의 장례식 장면만 등장하고 만다. 관우는 어쩌면 삼국지 주요 인물중에서 강직함, 충성심, 용맹성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캐릭터다. 하지만 삼국지를 읽어보면 생각보다 초반에 죽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조조와 손권의 협작에 의해, 유비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한 채 오지에 앉아 전전긍긍했을 뿐이다. 정말 관우가 유비가 아닌 조조나 손권과 손을 잡았다면 삼국지속의 삼국통일은 훨씬 빨리 완성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삼국지라는 대하소설안에서 한 부분만 따와 이야기를 확대시킨 스핀오프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나 스케일면에서나, 고증측면에서나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조조와 여타 인물간의 선문답 같은 대화가 후세 사람에게 어떤 처세의 조언이 되어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최고 덕목인 아무래도 관우의 무술 솜씨가 아니었을까. 그걸 다 잘라내고 나버리니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부제처럼 명장 관우라기 보다 재주는 관우가, 실리는 조조가 챙겼다는 표현이 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묘사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견자단의 중국어 표준어 실력이 딸리는 이유로 이 영화에서도 그의 목소리만은 더빙으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