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더 앤 차일드 - 모성애로 충만하다

효준선생 2011. 5. 10. 00:25

 

 

 

 

영화 마더 앤 차일드는 제목만 보고도 영화의 줄거리를 90% 이상 추측가능해 보였다. 지글지글한 모성애를 다룬 영화라는, 특히나 세상이 각박하고 힘이 들때면 가장 기댈만 한 대상으로서의 엄마. 그렇게 주제와 소재는 모성애 하나로 끝까지 달리는 영화.


정확했다. 그런데 영화적 재미는 단순하게 모성애에 천착하는 배역들에만 그치지 않았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연을 안고 사는 이웃들, 그들의 눈과 입을 통해우리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대신해서 물어보고 대신해서 대답을 해주었다. 모두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열 네 살에 아이를 낳고 바로 입양시켜 그 흔한 사진 한 장없는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진 초로의 부인,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애증과 현실속에서의 자신에 대해 현명한 듯 하면서도 그렇지 못해 보이는 중년의 여성. 이 두 모녀의 서로 다른 오늘을 꾸준히 비추면서도 결국 만나지 못하고 만다.


이런 포커스는 좀 낯설다. 떨어져 있으면서 언젠가 만날 날을 조립해가는 한국의 유사한 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는 모녀를 결코 상봉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이런 점은 모녀의 까칠한 성격에서도 드러난다. 낳고 버렸다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공유하지만 서로는 알지 못한다. 대신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어쩌면 이들은 추측하기 어려운 방향에서 조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게 했다. 그 지렛대 역할은 엉뚱하게도 흑인이 해냈다.


엄마역의 아네트 베닝이나 딸 역의 나오미 와츠는 단 조각의 흑인 디엔에이를 갖지 않은 백인의 모습이다. 그런데 딸이 흑인 상사에게 관심을 두고 그와 관계를 맺는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결말을 암시하는 반전일 것 같았는데, 결국 그 점은 그렇게 오랫동안 격리되었던 이들 모녀의 사이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맺어놓는 매개가 되었다.


이 영화속에서는 줄기차게 모성애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신파에 가까운 울고짜는 모습은 거의 없다. 반대로 무척 건조해보였다. 친생부모와 입양의 사이의 갈등과 봉합, 한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딸로서의 위치, 핏줄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전개를 통해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그토록 원했던 모녀의 상봉이 아닌, 내 핏줄의 흔적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전혀 동떨어진 양 갈래의 가지가 모여 연리지가 되듯 이 영화는 모녀의 혈연관계를 통해 핏줄과 모성애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있다. 명망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안정감을 주고 상당히 빠른 전개를 통해 자칫 루즈해 질 수 있는 소재를 적절하게 다루었다. 여성감독이 메가폰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감독은 남성감독이다. 감독보다 프로듀서의 입김이 센 영화로 보였다. 여성팬들에게는 상당한 공감을 남성관객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느낌을 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