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 SUV로 떠나는 서역기행

효준선생 2011. 5. 11. 01:53

 

 

 

실크로드, 누군가에겐 그 옛날 중원과 서역의 교역로로, 또 누군가에겐 척박한 삶의 터전으로, 또 누구에겐가는 황사의 발원지로 낙타와 사막의 이미지로 남아 있을 터다.

아주 잠깐 실크로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신쟝(新疆)이라는 중국식 이름의 지명으로 존재는 위구르인들의 본 고장, 94년 북경 학교 뒷골목에 있던 위구르 마을을 지날때마다 느꼈던 단상들, 2000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던 바 있던 그곳, 수포로 돌아간 뒤 남들이 부지런히 써놓은 기행문을 손톱을 뜯어가며 기대와 아쉬움을 잔뜩 품고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말뿐이었다. 제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땅, 그것도 교통도 앉좋은 척박한 오지를 돌아본 다는 게 머릿속 상상과 현실은 쉽게 매치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웠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오창학의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는 여타 실크로드 관련 기행문과 좀 다른 점이 눈에 들어 왔다. 첫째, 엄청난 주행거리에 있다. 주행이라고 했으니 먼저 밝히자면 지은이를 비롯한 7명의 일행은 두 대의 SUV 차량을 이용해 중국의 동에서 서쪽 끝까지 그리고 다시 동쪽으로 8자 모양으로 왕복하는 강행군을 감행한 것이다. 제 아무리 항공기시대라고 해도 이런 일정으로는 원하는 곳을 둘러 볼 수 없다.

둘째, 지은이는 전문 탐험가가 아니라고 수차례 부인을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박식한 지식과 또한 방문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전문가 이상으로 잘 설명을 하고 있다.

셋째, 홍일점이자 지은이의 아내와의 동행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온라인 커뮤니트를 통해 만난 일행과의 돈독한 정이 쉴 새 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엄청난 일정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은 이 책을 덮고 나서 전해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기처럼 느껴졌다. 중국의 지리에 대해 알고 있는 편이지만 그들이 행군하듯 나선 그 길은 정말 오지 중의 오지들이다. 관광하러 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현지인들조차도 원주민이 아닌 이상 찾지 않는 그런 곳을 대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단지, 생각보다 짧은 일정(39일)동안 주마간산격으로 돌아보는 탓에 그들은 체류보다 이동에 주안점을 두었고 방문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교감은 많이 부족해 보였다. 


누구가 떠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무나 떠날 수는 없다. 차량이 있어도 운전을 하지 못하기에 결국 대중교통이라도 타고 움직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이 보여준 집념은 무서웠다. 실크로드라는 특정지역에서 가져오는 모래먼지 풀풀 날리는 이미지들이 보는 내내 입가에서 버석거렸지만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정감있는 수필의 맛도 난다. 아마 현직 국어교사인 지은이의 문학적 내공덕일 것이다. 첫선을 보인지 좀 오래된 책이지만, 반드시 차량으로 실크로드에 가야할 일이 없더라도 도전정신이 필요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