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내가 태어나고 자란곳에 대한 타인의 기록

효준선생 2011. 4. 21. 23:44

 

지식 노마드에서 찍어내고 이장희 작가가 쓰고 그려낸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는 만약 나에게 책을 한 권내라고 권한다면 이런 포맷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 본, 그래서 기시감이 드는 책이다.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묵직한 책이지만 작가가 스케치 한 그림도 많아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글이 영양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 태생이면서도 정작 태어나고 자란 고장의 오래된 이야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를 포함한 몇몇의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창문을 열면 희미하게 보이는 남산타워도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가본 적 없고 반대편 창으로 보이는 63빌딩도 나와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며 살았으니,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곳을 활자를 따라 읽는 것만 해도 나에게는 눈과 머리의 성찬이 된 셈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부분은 서울의 핵심은 4대문 안이다. 두어 달 전 읽은 순성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조금씩 복원되고 있지만 한 때는 그 소중함을 몰랐던 서울 성곽과 그 안쪽의 건축물들을 이 책은 아주 소중한 시각으로 접하고 대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눈초리는 그저 외피의 형상만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건축물과 관련된 인물과 사건들, 오래 낡고 닳아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것들을 마치 털실로 짜는 모직물처럼 쓰고 그려냈다.


뒷부분에서 작가가 그림을 스케치하러 다니면서 입었던 옷과 행색이 역시 그림으로 보여졌다. 한때는 나도 이국땅에서 저렇게 하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하는 동류감이 들고 누군가는 아웃풋을 내고 누군가는 그렇게 하지 못함에 좀 서글퍼졌다.

 

 

 

서울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이다. 문화재 보기를 돌같이 하는 위정자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천벌 받을 짓을 자행하고도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 건설업자들, 그리고 이들을 부추켜 이득을 취하는 졸부들. 과연 이들은 서울 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조선시대 초가집으로 가득 찬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은 최소한 살려두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 후손에게 전해주고 서울은 회색 시멘트 도시가 아닌 인간이 사는 공간임을 명백하게 밝히는 작업을 하자고 주장한다.


저자도 밝히고 있지만 그는 역사학자나 건축학자가 아니다.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그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읽기도 편하고 재미도 있다. 시니컬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게 더 진솔한 느낌을 준다. 관제 언론이 펴낸 막연한 서울찬가가 아닌, 하고픈 이야기는 해낸, 인문지리서로 상당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들고 현장으로 직접가서 그림과 비교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책은 가이드 북으로도, 지하철 한켠에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물론 소장의 가치도 충분하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 번째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도 서울에서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은 독자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