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고베밥상 - 담백한 가츠오부시 감칠 맛이 배어 나오더라

효준선생 2011. 5. 8. 01:31

 

 

 

1908년 일본의 이케다 키쿠나에 박사에 의해 감칠 맛이 발견된 이후 우리는 일본 요리에서 바로 이 감칠 맛 때문에 자극받고 현혹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좀 더 미각적 판단을 해보면 다시마나 가츠오부시를 끓여낸 뒤 맛을 보면 느껴지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혀 끝뿐만 아니라 목구멍 깊숙한 곳과 후각까지도 마비시키는 그 맛.


어릴 때는 맛에 대한 구분도 쉽지 않고 그저 모유나 분유의 단 것에 길들여져 그것만을 찾던 시절을 벗어나 우리는 五味를 경험하게 된다. 인생의 맛에 비유되는 그들 안에서 포함되지 않은 감칠 맛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한때는 MSG라는 화학 조미료가 그것을 대신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자연의 물상에서 뽑아내는 법을 초보주부도 다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조미료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며 그 공은 일본 요리를 돈이 아니라 정성으로 대하는 몇몇 주부의 손에 돌려도 될 듯 싶다.


가정식을 중국어로 표현하면 家常菜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집에서 먹는 일상적인 음식들.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맛있는 음식이란 무릇 집 밖에서 먹는 비싸고 화려한 것들, 입에는 착착 감기고 땡기지만 먹고 나면 어딘지 더부룩한 기분이 드는 그것들.


동녘 출판에서 펴낸 고베 밥상은 바로 이런 일본의 가정식을 매우 꼼꼼하게 다룬 이른바 재패니스 푸드가이드북이다. 저자인 성민자 님은 현재 일본인과 결혼해 고베에서 살고 있으며 실생활에서 보고 만들어 냈던 가장 일상적인 일본의 음식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요리 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레시피만 소개해 놓은 책은 아니다. 서두에 소개한 일본 가정 요리 소개편을 보면 일본 음식에 대한 특징, 예절등을 다루어 놓았다. 그리고 정식, 일품요리, 손님상, 도시락, 반찬류등으로 나누어 걸맞는 이야기와 만드는 법을 올려놓았다.


재료가 낯선 것도 있지만 한반도에 찾을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음식도 많다. 먹고 싶은 음식의 레서피를 꼼꼼하게 챙겨 읽다보면 어느새 그 음식은 내 눈앞에 놓여있는 듯한 착각도 든다. 특히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나로서는 금새 한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일품요리가 마음에 든다. 두부데리야키 덮밥과 달걀덮밥은 요리 솜씨 없는 한국 남성도 손쉽게 도전해 볼만한 메뉴들이다.


이제는 한국에도 일본식당이 적지 않게 들어와 있다. 입구에 쳐진 노렝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서면 감칠 맛 도는 간장냄새가 손님을 반겨준다. 물론 그곳에서 한그릇 비우는 일본 라멘이나 가츠동도 좋지만 이 책에 소개된 메뉴를 하나 골라 이번 주말엔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한국 아줌마가 소개해주는 한 상 차림, 소박하면서도 정갈함이 느껴지는 일상음식들. 내용만큼이나 깔끔하게 편집된 책도 소장가치가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