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키켄 - 열화와 같았던 청춘들의 도전기

효준선생 2011. 4. 4. 00:19

 

 

 

 

일본 소설 키켄은 마치 만화책 같은 표지를 하고 있어 호기심을 끈다. 공상과학만화라도 되는가 싶지만 청춘 소설에 가깝다. 작가 아리카와 히로는 최근<백수알바 내집 장만기>등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20세 초반의 젊은 세대의 세상으로 나서기가 주요한 주제다.


이번 소설의 배경은 세이난 전기공과대학이라는 가공의 대학에 있는 기계제어연구부 동아리방이다. 소설의 제목인 키켄도 바로 機硏이라는 이 동아리의 약칭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그런데 한참을 읽다보니 소설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단락을 일부러 매긴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각각의 단락이 다른 시점에 쓰여진 것은 아닌가 싶었다.


첫 번째 부분은 동아리에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1학년 두명의 관찰자 시점에서 동아리 선배들의 행동과 그동안의 동아리가 처해있는 현실들을 담았다. 그안에는 젊은 청춘의 사랑과 실연의 아픔도 녹아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인데 작가가 추구하는 보잘것 없지만 으쌰으쌰하면서 밀고 나가는 젊은 용기를 가상하게 그리고 있다. 바로 학교 축제때 일본 라멘을 판매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 과정이 창업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동아리 학생들간의 유기적인 협동체계와 판매전략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이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세 번째 부분은 이미 두 번재 부분에서 한 번 다뤄진 도전과 성공이라는 주제를 반복하고 있고 로봇 경진대회라는 다소 전공스러운 이야기인지라 집중도가 떨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의 이야기가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화자의 부인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 방금 일어난 일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만 한 단락이 끝나면 “어때, 재미있지?”라고 묻는 방식이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에는 이미 졸업생이 된 부부가 모교와 동아리방을 다시 찾아 둘러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부분에 동아리 방에 걸려 있는 칠판이 그대로 실려있다. 그안에는 소설의 주인공들로 등장한 동아리 멤버의 이름과 그들이 남긴 한 마디도 실려 있다. 책 중간에 한 페이지 분량의 만화도 실려있는데 만화로 보아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학창시절의 추억은 누구나 소중하다. 청춘의 벼락같았던 열정을 쏟아 부은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전성기이었을 당시 꿈을 바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처럼 학교가 이전을 해서 찾아갈래야 찾아갈 수도 없는 처지라면 더 마음에 와 닿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4년을 보냈던 학우들 생각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