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 - 곡예사의 두번째 사랑

효준선생 2011. 5. 7. 03:39

 

 

 

동물 곡예사는 서커스 단에서는 최고 인기배우에 해당한다. 늘 클라이막스때 등장하고 동물을 눈앞에서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은 신기함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곡예사는 희소성 때문에 더욱 큰 각광을 받는다.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에 등장하는 여성 곡예사는 벤지니 서커스단에서 가장 인기있는 멤버이자 단장의 아내다.


이 영화는 한 노인의 회고담이다. 米壽는 되어 보이는 노인이 서커스단에 찾아와 늘어 놓는 이야기가 화면에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1930년대로 들어간다. 물론 그 노인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단장의 아내와의 사랑에 빠지게 된 젊은이다.


당시 대학물을 먹었다는 것은 출세를 위한 담보와 같다. 그러나 부모의 사고사와 경제적 이유로 인해 졸지에 천애의 고아(?)가 되어버린 남자 제이콥, 우연히 올라탄 기차가 알고보니 벤지니 서커스단 전용열차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전공했던 수의학과 서커스단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 당연히 동물들을 돌보는 임시직 수의사로 일하게 되지만 단장과 그 아내와의 관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듯, 삼각관계로 돌변된다.


말랑한 멜로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곡예사의 처신은 자못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많다. 제 아무리 젊고 잘생긴 수의사라고 해도 그냥 고용인에 불과한 연하남에게 무슨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그 이면엔 바로 단장의 성격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가솔들을 이끌고 공연을 다녀야 하기엔 남과 다른 카리스마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문제가 생기면 달리는 열차에서 밀어 버린다든지, 병이 난 동물을 강제로 쇼에 동원한다든지, 상한 음식물을 동물에게 먹인다는 설정등은 그의 포악한 독재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 그의 눈에 하룻강아지와 같은 젊은 청년과 자신의 아내가 눈이 맞았다는 사실은 설사 그가 아니고서라도 눈이 돌아갈 일인 셈이다.


그럼 아내는 왜? 물론 남편인 단장의 포악성에도 질렸겠지만 버려진 고아로 성장해 서커스단에서 마치 키워지다 시피한 그녀에게 단장은 남자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챙겨주는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평생을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공간안에서 살아온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에 가보자는 제이콥의 말처럼 달콤한 말도 없었을 것이다. 


젊은 청년 제이콥과 단장의 역할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곡예사로 나온 여인의 일생을 주목해보고 싶다. 신세계가 왔다고 하는 당시에도 여성의 운신은 폭이 좁았을 것이고 서커스단 안에서의 일상이 자신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이라는 것. 누구나 바깥 세상을 동경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그녀는 자신을 믿고 선택한 것 뿐일 것이다. 혹자는 불륜이다 라고까지 하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까지 한 단장에게서 느끼는 사랑은 이제 환멸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클라이막스엔 제목에 등장한 코끼리의 몫이 컸다. 주인의 목숨을 살려준 코끼리의 모습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야기는 주로 서커스 단과 열차안의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서커스 장면이 아쉽긴 하지만 이제 허여멀건한 얼굴로 뱀파이어 역할에 익숙해보이던 로버트 패틴슨이 서서히 자기 역할을 잡아가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노인의 회고로 시작된 영화는 노인의 회고로 끝을 냈다. 우격다짐으로 최고령 서커스단 매표원으로 자리를 얻은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그의 인생에서 서커스단은 결코 뗄 수 없는 운명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산다는 것에 대한 부드러운 서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