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적과의 동침 - 전쟁통, 민초들은 고달프다

효준선생 2011. 4. 28. 02:39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은 수많은 영화적 소재를 제공해주어왔다. 하지만 대개는 총과 탱크를 제어하는 군인들의 총격전과 장렬한 애국심이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그 안에는 양측의 전투와 점령하에서 숨져간 수많은 양민들의 이야기는 소외되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훌륭한 국군의 승전보가 아닌 양민들의 피해전황을 그릴 경우 일종의 수세적 사관을 그린다고 해서 알게 모르게 감추어둔 역사의 이면이었다.


그런 일들은 전후 60년동안 들추고 싶지 않은 흉터처럼 남았다. 위정자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오로지 반공만이 애국이다라고 머릿속에 각인된 전쟁의 후유증은 위정자가 아닌 양민들과 그 후손들에게만 남겨졌다. 그리고 간혹 영화와 소설에 의해 들춰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주류임에 틀림없다.

 

 

 

 

 

 

영화 적과의 동침은 제목 그대로였다. 맨날 싸움만 하는 부부의 이야기에도 써먹을 만 한  이 영화의 제목은 한국 전쟁통에서 이루어 질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남녀는 전쟁이라는 조건하에서는 극과 극의 신분으로 만났다.


이 영화는 좀 애매한 장르다. 전쟁물이라고 코미디를 넣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만 총싸움 덕분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얘기에 마냥 웃을 수는 없기에 그렇다. 만약 휴먼드라마라고 하자면 픽션이 강해서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만약 전쟁상황이라는 외피를 다 거둬내면 오로지 남는 것은 두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전쟁 발발 10년전 중국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청춘, 불의의 사건으로 둘은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남자는 인민군 중대장으로, 여자는 낼 모레 시집갈 촌부로 등장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불지불식간 다시 연정을 느끼지만 그 사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


또 하나는 민초들의 처세를 꼬집고 있다. 힘없는 그들이 생존을 위해 침략자들에게 비위를 맞춰가며 연명을 구하는 장면들, 하루 아침에 반동분자가 될 수 있음에도 그들이 사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총 한자루 쥐지 못하고 마냥 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살기 위해 박쥐처럼 처신하는 그들을 보며 아직도 한국사회의 주류로 행세하는 친일파의 후손들에게 침이라도 뱉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두개의 커다란 축은 이 영화의 플롯이면서 수시로 들고 나며 이야기를 꾸며간다. 허나 그 이야기의 진행속도가 완만하고 큰 사건이 없이 밋밋하게 한 동네안에서만 맴돌면서 자칫 소꿉놀이하듯 전개되었다. 중대장과 여자의 관계를 마을 사람과 인민군들이 다 안다면 그야말로 코미디인 셈인데 그걸 얼버무려 놓으니 이야기는 유쾌한 러브스토리가 되어갔다. 막판 진하게 전쟁신이 등장함으로써 이 영화가 反戰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싶어하는 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옛사랑과 약혼녀 사이에서 멈칫하던 여인의 속내가 가져온 결말처럼도 보여졌다.  


엔딩에서 이 이야기의 토대가 실제 사건이라고 석정리 출신 연세지긋한 어르신의 나레이션을 통해 보여주었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말이다. 전쟁을 통해 사소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사전에 전쟁을 억제하려는 노력만이 더 이상 힘없는 민초들에게 피해와 씻을 수 없는 기억을 주지 않는 유일한 방법임을 위정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영화는 생존한 평택 석정리 어르신의 증언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전쟁의 상흔과 이데올로기의 앙금은 여전히 진행중이 아닐까 싶다. 한반도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