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 악마는 믿는자에게만 존재한다

효준선생 2011. 4. 27. 01:21

 

 

 

영화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는 공포영화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여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퇴마사를 주요 인물로 하고 악마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는 젊은 예비 신부의 심리적 대립이 맞서면서 공포라는 실제보다는 우리 마음속의 악마성을 좀 더 부각시킨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퇴마를 필요로 하는 사람, 즉 대상으로 로자리오라는 앳된 임산부가 나오는데 그녀의 뱃속에는 자신의 친부의 흔적이 들어있다. 다시 말해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임산부는 악마의 대리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녀는 퇴마사를 찾아와 자신에게 일상과는 다른 악마의 모습을 물리쳐주기를 간청하지만 그건 그녀도, 퇴마사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닌 셈이다.


환언해 저질러져서는 안될 일들이 이미 발생했고 딸의 몸은 친부에 의해 강간당한 몸이라는 설정하에서 인간의 악마성은 친부와 딸을 통해 세상에 토악질을 해대고 있으며 그것은 세상 극소수의 인간에게만 느껴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악마는 전혀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퇴마사가 느낌만으로 주변인물들에게 전파하고 설명하지만 그 이미지는 자욱한 안개와도 같았다. 임산부가 죽음의 경계선에서 제 아무리 고통스러워 하고 그 결과가 끔찍했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 악마를 보지 못하고 말았다. 한 술 더 나아가 퇴마사는 자신의 몸을 통해 악마를 실현해내려고 까지를 애를 쓰지만 그의 노력은 실체보다는 심증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그 정도가 상당히 리얼하고, 물론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력때문이이지만 그동안 악마의 실체를 부정해왔던 젊은 예비 신부에게는 어떤 계시를 주기에 충분했으리라 보여진다.


어린 시절 장의사였던 아버지가 시신을 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청년에게 사후세계나 신의 영역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유물론에 반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런 친구가 신부가 되려고 하고 또 정신 세계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는 퇴마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 자체는 영화적 흥밋거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어쩌면 회유나 굴복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은 이 영화가 지닌 한계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악마가 있다. 없다를 논하며 악마의 실체를 보여주는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신이 있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이며, 반대로 악마가 존재한다면 당신의 심리상태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라는 의문과 질문을 던진 영화였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이지만 종교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분명히 페이크임을 인지하고 보는데도 섬뜩한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영화를 보기전이나 후에도 악마의 존재를 믿지는 않는다. 그대신 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잡고 앉아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종의 악마성이 더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