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제인에어 -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효준선생 2011. 4. 24. 02:57

 

 

 

 

영화 제인 에어의 원작소설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는 필독서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내용을 따져보면 결국 여자인생 뒤웅박인생이라는 인식의 재확인일 뿐이다. 시절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좋은 조건의 남자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로서만 그려지는 여성상이라는 것. 요즘에도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오래된 냄새가 없지 않다.

 

 그런데 영화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에 그럴 듯한 분위기로 포장해내는데 성공한 듯 보였다. 영국 중세처럼 보이는 성곽과 학교, 원경으로 잡아낸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지대는 황량함이 주인공 제인의 마음과 이 영화의 줄거리를 대신해서 묘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유롭지 못한 공간인 성곽, 제 아무리 잘사는 귀족이라도 갇힌 호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

 

지식탐구와 인성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학교는 그저 훈육만이 강요되는 딱딱한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너른 들판과 구릉지는 그녀가 유일하게 안식과 위안을 삼는 피안의 평화가 있는 곳이다. 구릉너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지도 모른다는 환상만이 그녀가 생존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이 영화는 삼중구조로 되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아역에서 성인으로의 시점전환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그리고 미래의 일로 추진된다. 특이한 방식인데 그것 때문에 “話者의 지금” 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금새 파악하기는 좀 어렵다. 영화 시작은 잿빛 구릉과 언덕을 힘겹게 넘는 스물 남짓의 여자를 포커스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젊은 선교사에 구조되어 그곳에서 학교일을 맡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내 과거 회상신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오늘의 일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해나가는 방식이다.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부모를 여읜 제인은 외숙모 집에서 눈칫밥을 먹다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다시 손필드 성에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 집 주인인 로체스터와 연분을 만들어가지만 그는 그녀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간파한 제인이 그곳을 나온 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사랑의 마음은 결국 한 곳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로 원작 소설의 그것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사랑 이야기의 원형질에 가깝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한 여자가 행복하기 위해 또 다른 여자는 불행을 겪어야 하고 그 불행의 씨앗은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어찌보면 한국의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자주 나오는 소재처럼도 보였다. 그래도 신파처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배우의 호연과 미술, 의상, 음악등 영화가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편집해 냄으로써 리바이벌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 하는 수많은 제인 에어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랑에 앞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만남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경제력을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입장이 뒤바뀔 수도 있음은 영화속에서 가정한다. 정말 사랑한다면 가난이나 좀 못가진 것은 허물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아니 대신 운좋은 사람을 잘 골라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