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한나 - 한 떨기 철장미처럼 살다

효준선생 2011. 4. 22. 01:23

 

 

 

 

은백색의 허허벌판위에 털옷으로 무장한 소녀가 순록을 사냥하고 있다. 정확하게 화살을 꽂았지만 심장을 맞추지 못했다고 확인 사살을 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 뒤로 나타나는 사내. 그녀의 아버지라고 했지만 그녀 못지 않은 강철인간으로 보인다. 부녀관계 맞나?


그들은 왜 핀란드 설원과 침엽수림에서 서식을 하는 것일까? 얘기로는 무슨 복수를 꾀하고 있다는데 제아무리 단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가녀린 소녀가 무슨 복수를 획책하겠나. 그리고 세상의 그 어느 아버지가 복수를 위해 자기딸을 살인병기로 조련하겠나. 좀 이상하게 여겨지는 영화 한나의 첫 부분과 그 첫 부분을 보고 느낀 소감이었다.


영화 한나의 최고의 선은 무엇일까? 총을 들고 째려보는 소녀의 이미지가 출중해 보이는 포스터처럼 액션물을 표방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는 볼거리가 별로 없다. 잡혀간 아지트에서 탈출하는 장면과 마지막 총싸움을 제외하고는 쫒고 쫒기는 자 간의 긴박감은 애시당초 염두해 두지도 않은 것 같았다.


모로코에서 시작해 스페인과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이동하면서 스케일 큰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추격자는 웬지 동네 양야치 수준이다. 그런 애들을 시켜 수 십년간 냉혹한 눈밭을 구르며 몸을 만들어 온 인간 병기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 이유로 쫒는 척만 하고 혼쭐을 내주지도 못하고 소녀 역시 아주 쉽게 마수를 벗어나기 일쑤다.


아버지로 추정만 되는 남자의 행적도 이해하기 어렵다. 소녀가 잡히도록 내버려두고 자기만 도망치는 이유는 무엇이며 결국 독일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와 원인과 결말은 마지막 내러티브를 통해 확실하게 까발려주지만 그때까지도 관객들에게 이 지루한 추격전이 왜 필요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든 것은 잘못이다.


소년보다는 소녀가 정체를 추측하기에 어렵다는 점, 그리고 요즘 뜨는, 지금보다 장래가 촉망되는 여배우 시얼샤 로넌의 여리여리하고 가냘픈 이미지가 남성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여하튼 시작과 끝은 순록과 목적물을 비슷하게 죽이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럼 뭐하나 자신의 이상한 정체성의 대부분은 제대로 규명도 못한 채 생명윤리의 사생아로 낙인찍혀 버린 그녀의 인생, 대체 누가 책임질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