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미오와 줄리엣 - 뒤뚱거리는 게 귀엽기만 하다

효준선생 2011. 4. 23. 02:35

 

 

 

세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아류작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은 이유는 그만큼 사랑해서는 안 될 수많은 남녀들이 사랑에 빠지면 죽음도 불사하며 정열을 불태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정원에 악세사리로 가져다 놓은 채색 砂器인형까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도전을 했다. 그 이름하여 노미오와 줄리엣이다.


미국 어느 한적한 소도시에 자리한 가정집, 벽 한면이 붙어 있는 구조임에도 왼쪽은 빨간 색으로 반대편은 파란 색으로 도색되어 있다 문패를 보니 몬테큐와 캐퓰릿이다. 앗, 이건 원작 로미와와 줄리엣의 가문이름이다. 그런데 그 집 주인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인데 그들이 황혼의 사랑을 이루는 것은 아닌 듯 하고 정작 주인공은 각각의 정원에 놓인 아주 작고 귀여운 인형들이다. 질감을 보아하니 사기에 채색을 해놓았다. 그런데 한쪽은 죄다 빨간 모자와 빨간 옷만을 나머지 한쪽은 온통 파란색 일색이다. 그리고 담장을 사이에 두고 맨날 으르렁거린다. 그렇다 영화 노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무생물 인형이며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으며 의인화를 시킨 애니메이션이다.


잘 알려진 컨텐츠이기에 내용 전개에 심각한 궁금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마치 한국의 성춘향과 이도령이 그네타다 만났듯, 이들도 꽃을 따다 한 눈에 반하고 만다. 사랑은 그렇게 아주 우연히 찾아오는 것. 이내 그리움에 보고 싶어하지만 나머지 부류들은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왜 그렇게 앙숙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집 주인의 관계가 나쁘다고 정원에 있는 인형까지 나빠야 하나?


노미오와 줄리엣에게는 각각 버섯돌이와 수다쟁이 개구리가 방자와 향단이처럼 조언과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며 분홍 플라스틱 학이 중매쟁이로 나선다. 그런걸 보면 이 영화는 세익스피어 원작 소설이 아니라 한국의 춘향전에서 모티프를 딴 것 같기도 하다.


러닝타임이 짧은 관계로 치고 받는 이야기도 대폭 줄이고 로맨스도 간질간질 애만 태운다. 모종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노미오만 궁지에 몰리고 그가 펼치는 막판 액션신만을 남기고 있을때 홀연 세익스피어가 등장하는 것도 우습다.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듯 싶어도 이 영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럴리 없다. 


사람들 눈에는 이들의 생명력을 보이지 않으며 그대로 얼음땡이 된다는 설정과 서로간의 다툼으로 머리의 일부가 날아간 인형과 아예 박살이 나버린 인형을 보고 있자니 좀 잔인한 생각도 든다. 3등신은커녕 2등신이나 겨우 될만한 체구로 뒤뚱거리는 모습이 귀엽긴 한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어려보이는 그들이 사랑을 운운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턱시도를 입고 다니는 것 같아보였다. 더빙본으로 보았는데 전문 성우가 아닌지라 착착 감기는 목소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3D영화라고 기대를 했지만 입체적 효과는 별로 없고 안경을 벗으며 선명치 못한 화면을 안경을 쓰면 윤곽이 선명해지는 수준인지라 굳이 비싼 돈 주고 그걸 볼 이유는 없을 듯 싶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영화 말미에 모든 등장인물이 커튼 콜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