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달콤한 나의 캐나다 - 책을 펴면 맛있는 향기가 난다

효준선생 2011. 3. 29. 00:25

 

 

 

 

 

누구나 낯선 곳에 가기 전엔 긴장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런 저런 루트를 통해 그곳의 정보를 모으고 마치 꿈속에선 이미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낯설고 겁나는 그곳을 점점 친숙해져 이미 여러번 가본 것처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이미 다녀온 사람의 기행문을 읽어보는 것이다.

여행기는 자기가 할 수 없는 대리체험의 가장 선봉에 있는 문학 장르가 아닐까 싶다. 소설처럼 허구가, 시처럼 심한 개인적 취향이 시나리오처럼 정해진 목적성을 가지지 못했지만 누군가 실재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비교적 현실에 가까운 느낌을 소개하고 그걸 활자로 읽어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 기행문만이 가질 수 있는 짜릿함일 듯 싶다. 더욱이 조만간 그곳에 가볼 요량이라면 그보다 좋은 조언도 없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박용일이 쓰고 페이퍼 북에서 펴낸 성인 남자의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달콤한 나의 캐나다>는 특히 캐나다의 캘거리에 갈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가이드가 될 듯 싶다. 물론 평생 캐나다에 가볼 일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 책이 주는 기분좋은 달콤함이 최고의 선물일테지만 말이다. 요리를 가까이 하는 저자여서인지 이 책은 아무데나 펼쳐봐도 맛있어 보이는 요리이야기와 사진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그렇다고 요리북은 아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전문 요리사와는 좀 다르다. 맛이 아닌 멋을 지향하는 사람이기에 이 책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미적 취향을 조금 선사받는다는 기분으로 보면 좋을 듯 싶다. 그가 왜 캐나다에 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3월 17일 출발해 11월 9일 돌아오기까지의 캐나다 캘거리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치 소품처럼 적힌 이 책엔 배낭메고 고행길에 나서는 그런 땀냄새 물씬 나는 이동의 힘겨움 같은 것은 없다. 음식으로 표현하자만 브런치 같다고 해야 할까 물론 브런치 이야기도 언급된다.


사진 반, 이야기 반을 읽어내다 챕터 말미에 조그맣게 소개된 팁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 안에는 스타일리스트만의 감각과, 흔치 않은 요리법, 캐나다에서만 볼 수 있는 요령등이 담겨있다.


이미 말한 것처럼 그가 휴식을 겸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러 갔기에 긴장감 넘치는 사건위주의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리고 캘거리라는, 우리에게는 꽤 오래전 동계올림픽 개최지 정도로만 알려진 한정된 공간에서의 이야기로 채워진 탓에 캐나다 전체를 섭렵하기엔 이해의 폭이 좁은 점도 있다. 하지만 같은 미주에 있으면서도 미국에서의 일상을 다룬 여타 기행문과는 다른 여유가 책 곳곳에 묻어난다.


복잡한 메가시티가 아닌 곳에서 여유있게 머물며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런 시간을 위해 저자는 달려왔을 터이고 이 책 마지막 장에 기록된 그날 이후 그는 또다른 이야기를 위해 달릴 것이다. 책에서의 그의 이야기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매체를 통해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면 반가울 것이다. 다는 아니지만 약간이라도 한 남자의 속내를 들여다 보았기에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