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수상한 이웃들 - 그 동네 바람잘 날 없네 그려

효준선생 2011. 4. 16. 02:10

 

 

 

 

영화 수상한 이웃들은 개봉 운이 나쁜 건지 하필이면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한 케이스다. 물론 배우들의 이름값에서는 다소 밀리는 듯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만 놓고 보면 이 영화, 결코 꿀릴 이유가 없다.


명성이 영화의 완성도를 가릴 수 있는지 몰라도 특이한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며 그려낸 개개인의 캐릭터 역시 선명했다. 무엇보다 배역 하나 하나가 허투로 사용되지 않은 채 끝까지 제 역할을 수행해냈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배우의 영화라고 할 수 있으며 열개의 구슬을 잘 꿴 감독의 지혜로움도 엿볼 수 있다.


울산근처 언양, 그리고 다시 봉계읍, 그곳이 이 영화의 유일한 로케이션 장소다. 지역신문인 봉계신문사에서 근무하는 남자 박종호는 오늘도 마지못해 출근한다. 명색이 기자지만 개장수를 겁박해서 뒷돈이나 뜯어내고 엉뚱한 장소에서 광고비가 추려내는 게 일이다. 사진기자라고 하는 그의 처남이나 학교 선생인 아내도 늘상 바람잘 날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남자를 둘러싼 그 동네 사람들은 죄다 오묘하다. 오죽하면 영화제목을 수상한 이웃들이라고 했겠나. 하나같이 그로테스크한 면면에 왜들 그렇게 남자 주변을 서성이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기본적으로 웃음을 수반하지만 좀 씁쓸하다. 툭하면 버럭 소리 지르는 노처녀 신문사 사주에 학교선생의 돈을 뜯어내는 개장수 아내, 늘상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탓을 하는 택시 기사와 술집 도우미로 나가는 그의 아내등등.


재미있는 것은 코미디인 듯 싶으면서도 깜짝 놀랄만한 공포적 장면이 두 곳 등장한다. 비키니 장롱속의 아기시신과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포복장면은 혼자 영화보다 깜짝 놀라버렸다. 왜 이런 장면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수상하다” 라는 형용사에 집착한 감독의 치기가 아닌 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동안 드라마와 연극에서 자주 보아온 배우들. 특히 연극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준 개장수로 나온 백원길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옴니버스는 아니지만 각각의 배우가 비중을 두고 한 두 챕터씩 집중해서 연기를 해내고 맨 마지막에 한곳의 장소에서 조우하며 회한을 풀어 놓는 장면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베푸는 친절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가 왜 챕터로 나누어 전개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봉계읍 사람들, 이제 오해도 풀었으니 더 이상 수상하게 살지 말기를, 영어제목처럼 “퍼니”하게 살면 오죽 좋겠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