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에

효준선생 2011. 4. 15. 03:50

 

3대가 함께 사는 집이 좀처럼 보기 어렵다. 서울 어느 단독주택, 3대 5명의 식구는 여느 가족들과 달리 데면데면해보인다. 서로의 일에 바쁜 척 하면 마주보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듯 싶다. 이 집의 가장이자 한 중년여자의 남편은 의사이면서도 아내에게 무관심해 보이고 딸과 아들도 제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는지 궁금하다. 거기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이 집의 말썽꾸러기다. 거기에 같이 살지는 않지만 여자의 남동생은 한 마디로 골치덩이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20년 전 방송을 통해 보여준 드라마의 영화버전이다. 그 당시엔 슬픈 드라마라 별로였지만 집중에서 보는 입장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 슬퍼서 손수건 두 어장 필요하다고 말과 기왕 울리려고 하면 주위를 신경쓰지 말고 울어보자며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울리려는 영화에 대해서는 신파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상투적이지만 이 드라마는 신파라기 보다 슬픈 홈드라마였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죽음에 대해 꼭 슬퍼할 사람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한때는 완벽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 어찌보면 여자를 힘들게 하고 집안일은 나몰라라 했던 그들이 아픔과 죽음을 앞두고 철이 들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게 받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효자없고 장사없다고 한다. 그리고 복은 쌍으로 오지 않고 화는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 처럼, 이 집도 몇가지 우환이 겹치고 만다. 그렇다고 해결 못할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실업, 누나의 실연, 동생의 장애와 대학입시 실패, 그리고 할머니의 치매등등...그러나 그건 집안의 기둥과도 같았던 엄마의 부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큰 기둥을 잃는 것 같은 슬픔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람은 자기 의지에 따라 고통과 인내를 조절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사람은 지켜보는 자체가 힘이 들게 마련이다. 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도 못하며 숨을 죽이고 만다. 이 영화는 물론 주인공의 투병과 세상과의 이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지만 나머지 인물들에게도 적지 않은 관심을 던져 준다.


인물들의 캐릭터도 비교적 선명한 편이다. 특히 치매할머니로 나오는 김지영의 연기와 여자의 올케로 나오는 서영희 연기는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이들의 연기가 이 영화가 무작정 슬픔의 假裝으로만 빠져들게 하는 것을 막아냈다.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요즘 외로움을 타는 사람에게는 힘이 들지도 모르겠다. 다들 훌쩍거리고 손수건을 눈가에 대는 모습이 보였다. 슬픈영화 만들기로 작정했으면 이 정도면 되었다. 다들 무탈하게 건강하게 살면 오죽 좋으련만, 인명은 재천이라 했으니 사는 날까지 잘 살고 혹은 잘 해드려야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