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서커펀치 - 소녀들에게 성장통이란...

효준선생 2011. 4. 9. 02:01

 

 

 

악독한 역할의 대명사인 계모가 아니다. 소녀앞의 덩치 큰 남자는 계부다. 부자 생모가 죽고 전재산을 가로 챌 생각만 하던 계부는 유산이 소녀앞으로 남겨지자 소녀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쳐 넣는다. 어쩜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을까


꼬마에서 분명한 성적인 정체성을 갖게 되는 소녀에게 자라서 성인이 된다는 것은 마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병사들의 심정과 비슷하다. 눈앞에서 가로 막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를 지나가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은 소녀에게는 종종 진취적인 기상이 아니라 내재를 향한 수렴이 큰 덕목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조신하게 지내다가 남편만나 시집이나 가는 것.


영화 서커펀치는 소녀의 눈으로 본 성장 판타지물이다. 관객들 입장에서야 베이글녀를 연상케 하는 하이틴 소녀들의 액션에 시선이 쏠리겠지만 주인공 소녀들에게는 정반대가 아닐까 싶다. 현재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도 제정신 아닌 소녀는 없어 보인다. 다들 멀쩡하다. 그런데도 소녀들은 그 안에 갇혀 있다. 탈출을 시도하다 죽은 선례만을 들먹일 뿐이다.


그런데 계부에 의해 강제로 들어온 베이비 돌로 인해 소녀들은 가치관의 한단계 상승을 꾀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적절한 교육이다. 봉건시대처럼 여성들을 밖으로 내돌리면 무슨 큰일이나 날 것처럼 말하지만 알고 보면 남성들의 소유욕을 서로가 의심해서가 아니었나.


소녀들은 비록 타임리프처럼 이동을 하며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치지만 한 단계를 거치면서 소녀들의 능력은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거칠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업그레이드는 누가 만들어 준게 아니다. 그녀들 스스로가 단련되어 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만만하게 볼 영화는 아닌 듯 싶다. 베이비 돌이 춤을 추면, (사실 춤 추는 장면은 거의 보여주지 않지만) 마치 시간과 공간 이동을 해서 겉으로 보기엔 대적할 수 없는 상대들, 이를테면 일본의 사무라이, 나치의 병사들, 불을 뿜는 용, 사이보그 전사들인데 그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형상화된다.


현실로 돌아와 소녀들이 성장하면서 芳年이라는 꽃띠 시절을 남성들의 끈적한 시선들 속에서 보내야 하고 그런 시절은 금새 지나간다. 누군가는 혼자서, 누군가는 짝을 찾는 과정이 마치 영화속에서는 지도를 찾고 불을 찾고 칼을 찾고 열쇠를 찾는 과정과 일맥상통했다고 보인다.


나름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힌 소녀들이 각기 원하는 길위에서 하고픈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중간 중간 그녀들을 가로막는 악의 이미지들 중에 자꾸 계부로 등장한 배우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왜그런지 모르겠다.


소녀들의 의상이 야시시 하다고 투정부릴 필요는 없다. 그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그런 류의 옷이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최상의 코디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자기들이 좋아서 입는 옷이고 못마땅해야 할 사람들은 정작 그런 옷을 입으라고 해도 입지 못할 어떤 경우가 아닐까. 물론 남자인 내가 입으면 변태소리를 듣겠지만, 보기에는 좋았다라는 말을 감추고 싶지는 않다. 현실에서는 쉽사리 보지 못할 크리쳐(creatures)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