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위험한 상견례 -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지역감정 해소

효준선생 2011. 4. 8. 02:48

 

 

 

대한민국 청춘남녀들에게 사랑의 콩깍지가 씌워진 뒤 결혼을 전제로 하기까지 가장 넘기 힘든 산은 무엇일까? 신앙, 지지정당, 혈액형, 취미생활 오만가지 것들이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출신지역이 아닐까?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은 유독 대한민국 그것도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의 표출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혹자는 그 연원을 백제와 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조선시대 당쟁의 결과라고 보기도 하지만 근세기 들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된 의도적인 지역갈등구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정책이 정권연장에 도움이 될거라 믿었을텐데 그들의 의도는 현실화되었지만 어떤 이들의 가슴속엔 멍울로 남기도 했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영화소재로 종래 보기 드문 지역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코미디의 외피를 두른 사회갈등구조에 대한 논조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웃기는 장면만 아니라면 이 영화는 그동안 다 알면서 상대방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품고 있는 고질병을 다룬 사회 드라마다.


특정지역 출신인 지인이 말하기를 자신들은 *주로 수학여행가기가 정말 싫었다고 했다. 그 지역 운전기사부터 시작해 숙소 주인들까지도 노골적으로 자신들을 백안시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어린 학생들은 그때의 감정이 커서도 앙금으로 남았다 고했다.


순정만화 작가이자 광주 지역 대형 나이트 클럽 사장의 아들인 현준(송새벽 분)과 부산의 예식장 사장의 딸인 다홍(이시영 분)의 사랑은 이렇게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한 채 시름겹다. 거기에 주변인물들은 한결같이 뭔가 부족하기만 하다. 그 요상한 분위기는 마치 마법영화의 가족들처럼 의뭉스럽다.


결혼을 하기는 하는데 딱 한가지가 부족하다. 그리고 그게 쉽게 해결이 안될 문제라는 것에 대해 해당지역 출신들은 상당히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지역 출신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속에서는 롯데와 해태의 제과싸움, 그리고 프로야구로 대표되는 라이벌 관계를 적절하게 대입해 웃음을 주었다. 거기에 부모의 정체성에도 힌트를 심어놓았다.


이 영화의 흥행코드중 하나는 바로 복고풍이다. 시대 배경이 현재가 아닌 약 20년 전으로 설정해 놓아 박남정의 전성시대를 볼 수 있고 더블테크와 마이마이 카세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메일과 휴대폰이 아니라 손편지와 공중전화기가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시간 맞춰 집전화로 연애를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 중년들에게도 소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송새벽과 이시영이 만들어 내는 귀여운 사투리 연기와 조연들의 감칠나는 연기가 보기 좋았다. 굴곡없이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배열하는 부분이 좀 아쉽지만 이미 전작 청담보살에서도 보여준 블랙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김진영 감독의 이름값을 높여놓은 계기가 될 듯 싶다.


사랑하기에 평생 함께 하려는 수많은 영호남 커플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지역감정이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서울사람인 나도 들었다. 까짓 출신지역이 뭔데라고 했다가 돌맞는 일은 없어야 겠다. 이 좁디 좁은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