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라스트 나잇 - 지난 밤 불었던 바람에 휘날리다

효준선생 2011. 4. 6. 02:12

 

 

 

 

결혼이라는 제도가 위기의 순간에 심적인 저항선 그 이상을 지탱해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전제는 영화 라스트 나잇의 명제나 다름없다. 이성에 대한 끌림은 분명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때문이었는지 감독은 이 영화를 대중앞에 드러내는데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일종의 자신감처럼 보였다. 

 

건축설계일을 하는 마이클, 글을 쓰는 조안나 부부는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뉴욕커다. 널찍한 집에서 갖출 것 다 갖춘 그들에게 불현 듯 찾아온 서로에 대한 의심, 그 의심은 아내로부터 촉발되었다. 마이클과 회사 동료 사이에 의문의 시선을 던져 놓은 조안나, 하루밤이 지나고 다음날, 부부에게는 되돌이킬 수 없는 유혹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불륜이 게임이라고 일갈하던 어떤 사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고함을 치던 남자,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고 덤덤하게 말하던 여자. 사랑이 눈에 보이는 고체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정의하지는 못한다.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반쪽은 틀림없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고 산다. 그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테지만, 하지만 그 믿음의 무너짐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개중 누군가는 자존심 때문에 무너지지 않게 힘겹게 떠받치고 산다. 그럼, 그게 부부사이의 운명이 유지되는 방법일까


이 영화는 현상만 놓고 보면 몇몇 관객들에게는 불쾌함만 가져다 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속 커플을 심리학 임상실험에 올려둔 말 그대로 배우역할이라면 과연 우리는 백 프로 나와는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했던 과거의 남자가 은밀하게 밀착해 오고, 아내가 의심했던 그녀 역시 다가온다는 사실에 혹하지 않을 남자 없을 듯 싶다. 몰론 앞서 말한 심리적 경계선 때문에 흔들림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모두 하나로 재단할 수 없음을 결국엔 보여준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사이, 폭풍같은 하루밤이 지나고 다시 조우한 부부, 상처만 남았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없었던 일처럼 살아갈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먼나라 이야기만은 아님은 틀림없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과 많지 않은 로케이션, 뉴욕커의 삶은 이러합니다 라고 말해주는 전체적인 분위기, 상당히 스타일리쉬 하다. 부부의 공간으로 나오는 집구조가 상당히 특이하고 인상적이다. 스릴러물에서 어울릴 듯한 때로는 긴박하고 때로는 느슨한 배경음악도 한층 더 영화속으로 몰입하게 하는 힘을 준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네버 렛미고에서의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