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는 아빠다 - 대한민국에서 아빠로 산다는 것

효준선생 2011. 4. 7. 01:28

 

 

 

한국의 아버지 상은 대체적으로 어떤 의미로 투영될까. 밖에 나가서 돈이나 벌어오는 경제적 역할에만 만족하거나 그 반대로 무능력해서 집구석에서 소주나 퍼 마시는 아무 곳에도 쓸모없는 인간형. 자식과 아내는 멀리 외국에 보내 공부시킨다는 이유로 혼자 남아 청승을 떠는 이미지등. 각박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대한민국의 아버지에 또 하나의 이미지를 영화 나는 아빠다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두 명의 아버지를 극명하게 대립시키는 것으로 극의 효과를 높이려고 애를 썼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여자애를 둔 아버지이자 검은 조직과 결탁해 돈을 챙기는 비리 형사, 그 반대편에는 가난한 마술사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2년이나 복역을 하고 출소한 아버지. 이 두 아버지의 전형은 어디서 본 듯 하면서도 낯설다. 


장기 이식 수술만이 능사인 상황에서 돈과 장기가 필요하다면 아버지로서 딸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저 목숨만 붙어 있다면 자기 몸을 내주고도 아이를 살리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 범인도 아닌데 복역을 하고 나오니 딸은 사고로 죽고 아내는 뇌사상태가 되었다. 그럼 이 또 하나의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형사와 범죄현장, 그리고 조폭들이 등장하는 영화이니 만큼 액션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인상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두 남자의 시츄에이션을 정신 사납게 교차 편집함으로써 극의 긴장을 높여가려고 애를 쓰지만 그 접점은 생각보다 뒷부분에서 등장한다.


아무래도 극의 흐름은 한형사(김승우 분)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게 맞긴 하지만 나상만(손병호 분)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관심을 끈다. 후반부 이 두 사람이 치고 받는 장면에서는 이미 기싸움과 주먹다툼의 개연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소녀가 영화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마지막 관건이었다. 영화 속에서 만약 아내가 아닌 자신의 딸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으로 처리했다면 이 영화는 한결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쉬었을 것 같다.


영화 말미에 김새론의 나레이션으로 “아빠”라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빠라는 소리가 교집합처럼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영화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졌을 것이다.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고 가족을 파멸시켜 버린 원수나 다름없는 자의 딸에게 이식된 친자식의 심장 소리라니... 소녀가 내뱉는 한마디는 누구를 향한 호소일까


두 남자가 선보이는 비대칭적 콘트라스트는 一方의 궤멸에 의해 아쉽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두 아빠의 극단적인 대립은 분명 이 영화의 힘이다. 하지만 오로지 하나의 길만을 선택하게 하며 치킨게임만을 강요할 필요가 있었을까. 선배 형사와 조폭의 간여가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아웃해버린 것도 애매했다.  


형사 느와르물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담뿍 담아놓은 영화 나는 아빠다는 힘빠진 요즘 아빠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돈 벌어다 주는 錢主 배역외에 목숨 걸고 뛰어 다녀야 하는 역할이 더 추가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엄마가 알파마마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냈듯이 아빠에게도 멋진 역할 하나 새롭게 선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