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수상한 고객들 -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효준선생 2011. 4. 5. 03:39

 

 

 

“잠들 때마다 내일 아침엔 깨지 않도록 기도했지.”는 오래된 어느 가수의 노랫가사처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산하고 고통스런 현실을 탈피하려고 마음먹곤 한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남겨진 사람들을 걱정하며 세상에 태어나 아무렇게나 하직하지 못함에 미련을 남기기도 한다. 삶에 대한 미련과 포기, 그런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그리고 가장 교묘하게 활용하는 제도가 바로 보험이다. 흔히 자해공갈이니, 보험사기니 해서 신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도 어쩌면 인간만이 운용할 수 있는 자본주의 극한이라고 부를 만한 보험의 여러 함정이 파놓은 덫이 아닐까 싶다. 다들 현혹되고 빠져들고.


자의적으로 죽기 전에 보험하나 들어 놀 생각들만 한다면 생활설계사라고 부르는 보험 모집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을 게다. 잘나가는 한 사내가 있다. 일도 무지 열정적으로 하는 그, 프라이빗 인슈어런스 담당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앞으로 연봉 10억 받을 일만 남은 듯 했지만 23개월 전 그가 보험가입 시킨 고객들 때문에 요즘 그의 신수가 말이 아니다. 영화 수상한 고객들의 주인공 배병우(류승범 분)이야기다.


고객님들을 대신해서 각종 먹거리를 책임지고, 지하철에서 신문 수집도 돕고 기타 치는 애 옆에서 감자도 구워주고 동영상 촬영도 해주어야 한다. 심지어 새벽에 환경미화일도 대신 나가줘야 한다. 이 정도 되면 “나를 잡아잡숴”라고 벌렁 나가자빠져야 하지만 이 남자 지칠줄도 모른다. 하기사 그렇게 살아왔으니 보험왕도 되고 스카웃 제의도 받았을테지.


영화 수상한 고객들은 보험 모집인과 그 고객들의 그야말로 죽음을 걸고 싸우는 한 바탕 소동극이다. 코미디로만 알았지만 종내는 코끝이 찡해지는 알싸한 신파극으로 마무리 된다. 그래도 그게 얄밉거나 속았다는 기분이 안드는게 누구라도 죽음앞에서 초연하게만 살지 못할 요즘 세태때문이 아닐까


극중에 나오는 고객들은 하찮다. 고급 백화점에 가면 90도를 허리굽혀 “어셔옵쇼 고객님, 만나서 반갑습니다”가 아니다. 빚에 쪼들리는 남매, 편모슬하의 아이들, 틱 장애를 가진 노숙청년, 거기에 기러기아빠도 못되는 참새아빠, 그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로 등장한다. 거기에 비해 우리의 보험왕은 잘나간다. 피트감 있게 빼입은 슈트에 어리고 힘없는 자에겐 반말도 서슴치 않는다. 안하무인처럼 보이는 그에게 어느날 한꺼번에 다가온 고객님들.


영화는 1대 4의 구도를 보여주지만 그 하나의 힘이 만만치 않다. 그 역을 류승범은 제 몸에 맞게 잘 연기해냈다. 최근에 시사회에서 연신 “멍하다”는 말을 하면서 구설수에 올랐지만 영화 보고 나면 그런 느낌 정말 든다.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듯 희노애락이 등락을 거듭하기에 130여분 동안 멍한 느낌이 들만도 했다. 


영화 한 편이 몹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은 감독, 비록 계도적이고 신파적이고 뻔한 해피엔딩이라서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보는 중간 중간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보험가입보다 더 소중했던 보험왕이 해주던 진솔한 이야기들. 그리고 죽음 직전에 사랑하는 딸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이 기러기 아빠를 구해낸 것처럼 이 영화도 지금 삶에 시름겨워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희망의 보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8천원이면 가입이 가능하다니까 하나 정도 들어두면 어떨까. 그리고 윤하의 멋진 노래는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