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효준선생 2011. 4. 1. 00:49

 

 

 

타임머신을 타고 원하는 시대로 돌아가본다면 무슨 일을 해볼까 그리고 그 시대가 지금과 확연히 다른 점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사람 없다. 이런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해 수많은 스토리텔링들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엄청나게 써먹었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전작으로 애니메이션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바 이번에 극장에 걸린 실사본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실사는 애니메이션이 보여주지 못하는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기에 또한 매력이 있었다. 제아무리 손 재주가 뛰어나 실사에 버금가는 만화영화로 완성되었다고 해도 인간 그 자체를 넘어설 수는 없다. 그건 인간은 호흡을 하기에 그렇다.


만화와 비교를 해서 본 사람들은 전체적인 분위기만 비슷할뿐 내용전개는 다르다고 말한다. 만화를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 부분은 실사본에서 과거로 간 소녀가 두 가지의 미션을 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소녀가 타임리프(시공간을 뛰어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은 기적이나 벼락이나 마법 같은 것은 아니었다. 과학자인 소녀의 엄마가 완성한 물약에 의존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행위를 편한 마음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겁이 날 것이다. 그럼에도 소녀가 용기를 냈던 것은 엄마가 원했던 그것을 수행하려는 일종의 효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소녀가 기억력 실수로 엉뚱한 곳으로 갔고 거기서 엄마의 소원뿐 아니라 자신의 풋사랑도 완성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는데 있었다. 처음엔 소녀의 아빠와 조우하는 것으로 착각을 했지만 순전히 소녀의 이야기안에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엄마를 위한 동기에서 시작해 소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첫사랑, 거기에 과거에 만난 사람의 운명은 “모든 과거의 사실”을 알고 있는 소녀로서도 건들 수 없다는 원칙이 어울어져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구조는 분명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그럼에도 기본 정서가 애틋했던 것은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은 헤어질 것임을 알았고 영화 초반에 복선처럼 보여진 36년전 버스사고와 매치업되면서 개연성을 풍부하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남자는 여자아이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나중에 미래에서 다시 만나도 지금처럼 알아 볼 수 있을까 그땐 내 나이 56살인데..."


이 영화는 풋풋함을 주무기로 하는 나카 리이사를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맹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끔은 당돌하고 무대포적인 기질도 있어보이는 그녀는 분명 적지 않은 남성팬에게서 호감을 끌어낼 것 같다. 또한 70년대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는 당시의 모습도 흥미롭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당시의 흘러간 노래들, 추레하기까지한 영화 포스터, 청바지와 장발로 대변되던 당시 청년 문화등은 어찌보면 한국의 그것과 상당히 흡사해 보였다.


복고와 현실이 적절하게 뒤섞여 보는 내내 그 시절로 돌아가면 좋을 텐데 하는 상상력을 적당하게 자극함으로써 이 영화는 기억에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