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다잉 메시지

효준선생 2011. 3. 24. 02:15

 

 

 

 

대한민국을 광우병 파동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사건이 발발한뒤 확실히 육식 섭취는 줄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 시내 잘한다는 고기 집에서도 반드시 원산지를 체크했고 어느 때부터인가 그것조차 의심하게 되었다. 그런다고 몰래 숨겨 들여온 미국산 쇠고기를 안먹을 수 있냐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그렇게 좋은 거 혼자 두고 두고 많이 드셔요 라고 속으로 댓꾸하며 자기만족을 찾았다. 특정 지방에서 생산되고 도축된 쇠고기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먹기 살기 위해 육식을 하는 것이야 인류가 불을 발견하기 전부터 있어온 습성일테니 말이다. 단, 생산량을 늘리고 빨리 키우려는 인간의 탐욕하에서 초식동물에게 자기와 같은 동물 사체를 먹인다는 사실에 경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자에 구제역 확산을 지나며 고기는 내가 먹는 식탁위에서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아쉬울 것은 없다. 고의로 안 먹는 것도 아니고 가급적 대체재를 찾는 것이고 그런 식사도 훌륭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일견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좀 긴 제목의 책을 한권 만나면서 요 근래의 내 생각과 유사한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도 적지 않음을 알고는 반가웠다. 그 책의 제목은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다잉 메시지>다. 책을 손에 든 느낌이 좀 생경했다. 말랑거리는 느낌이 책이라기 보다 팬시제품 같았다. 노란컬러에 그 흔한 커버나 띠지 하나없이 단출하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지은이가 “개와 돼지 외” 라고 되어 있다. 동물이 글을 쓸 리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의 화자는 개와 돼지, 그리고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인간에게서 대접받지 못하는 동물들, 아니 오히려 학대를 받는 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그들이 인터뷰이가 되어 하고픈 말을 한 책이었다.


환경 서적 범주에 넣을 수 있지만 학술서적은 아니다. 시작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넣어 잠시 고민과 공감을 형성했으며 뒤를 이어 동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인간은 대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가 주된 주제인데, 읽으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할 만큼 현실적이다.


이 책은 동물과 그들을 대상으로 욕심을 부리는 인간의 이야기가 주로 담겨져 있지만 크게 놓고 보자면 지구라는 환경속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잊고 사는 인간에 대한 경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아마존을 남벌하기를 일삼고, 수시로 발생하는 기상이변 현상도 결국은 인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징벌이라는 이야기다. 얼마전 일본에서의 대지진을 예견한 듯한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철 없는 목사처럼 하느님을 믿지 않아서 지진이 난 것이 아니라 수억년 유지되어 왔던 자연이 근 세기 채 1백년도 안되어 황폐화되고 그러고도 모자라 동물들에게 마저 가혹한 대우를 하는 우리 인간들.


어쩌면 몇몇은 배부른 소리라고 攻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이 책에서 말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자각하지 못한 채 오늘도 무자비한 살생과 도륙을 금치 못하는 그들 자신에게 있다.


이 책은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도 많고 이야기거리도 적지 않아 금새 동화될 것 같다. 책의 분량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라서 환경학습서로도 그만이다. 그나저나 책을 읽고나니 이제는 전보다 육식을 더 줄여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것은 사실이다. 몸이 가벼워 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동물이 불쌍하거나 혐오스러워서가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최소한의 윤리적 사고가 발동해서이기도 하고, 대자연 앞에서 어찌보면 인간도 동물이나 다름없지 않나 하는 의식의 收斂이 작용해서인지도 모르겠다.

 

 

 

 

 

 

 

** 좋은 책을 선사해주신 수선재 관계자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깨끗하게 보고 나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