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 선생이 요즘 청춘에게 고함

효준선생 2011. 2. 9. 01:25

 

 

 

 

 

198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한다. 매우 보수적인 한국 소설계에 이단아로 불리며 외톨이처럼 인식되던 한 명의 소설가. 그는 칼, 들개등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단어의 취사선택을 감행했다. 간혹 방송사 단막극에서 그의 작품을 드라마로 보여주곤 했지만 센세이셔널한 작가로만 알려진 채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기인열전에 나오는 도사로 각인시켜버렸다. 


1990년대까지 寡作작가였던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난 것은 1992년 발표된 벽오금학도라는 소설이다. 그의 연작시리즈 중 신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모호한 이미지가 인상에 남았던 작품이다. 그런데 최근 작가 “이외수”는 그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듯 싶다. 특히 문인중에서 가장 활발한 트위터리안으로 활동하며 그의 글 몇줄은 단박에 뉴스가 되는 시절이 되었다. 따지고 보며 한동안 이방인처럼 살았던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타 작가들의 부진도 한 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작가들은 나이탓에, 혹은 그들이 말하는 사회환경 탓에 젊은 작가들에게 안방을 내주고 뒷방으로 물러난 반면, 이외수는 날이 갈수록 빛나는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길게 기른 머리와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였기에 좀 나이들어 보이는 이미지를 연상케 했던 것이 이제 제 연세를 찾은 것도 그가 말하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음에 젊은 독자들은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기인 작가로 부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최근에 그가 내 놓은 책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긴호흡의 장편보다는 짧지만 강력한 어필성 소품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역시 트위터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둘째, 한자 조어로 된 제목의 책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독특한 한글단어를 유난히 강조하던 그가 내세운 한자조어는 한학자의 그것도 아니고 특유의 독법으로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중국어처럼 보이고 읽으면 그런 맛이 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는 그의 1992년 저서 <흐린 세상 건너기>에서 발췌한 내용에 다시 그가 말꼬리를 단 소위 지음이 아닌 엮음에 해당하는 책이다.

모두 284개의 명구가 실려 있는데 절반 정도씩 담겨있다. 그 외에 몇 편의 시도 실려있다.


내용의 진폭은 상당히 넓다. 말 그대로 잠언도 있고 서양인물의 뒷이야기에서부터 중국의 고사에서도 따왔다. 오롯이 그가 창작해낸 것은 아닌 듯 싶고 여기저기서 모아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1990년대 그가 생각했던 것과 20년이 지난 최근 그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비교해볼 수 있음에 있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서 지나 세월의 흐름속에서 농축하고 다시 농축해 알짜로 만들어 놓아 두어줄 만 읽어도 누군가에겐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만한 명구들이 가득하다.


특히나 이 책은 선배들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4번째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이든 사람은 자기가 두 번 다시 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젊은이는 자기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을 잊고 있다.”


누구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자신이 한 말을 글로 남겨보면 자신이 떠들어댔던 말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게 된다. 작가 이외수는 이런 점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과작작가에서 다작작가로 돌아선 듯한 그 이면에는 마뜩치 않은 세상에 대한 일갈처럼 느껴져 고맙기도 하고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읽고나서 마음에 드는 문장에 스티커라도 붙여두고 다시 찾아 여러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