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 - 된장녀 소리 딱 듣기 좋겠네

효준선생 2011. 3. 26. 00:40

 

 

 

얼마전 자칭 反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인사가 남긴 글귀가 머릿속에 남아서 적어본다. “된장녀라는 개념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게, 그녀들이 언제 한번 생산적인 일에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었을까요? 반대로 그녀들의 일상을 들려다보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아웃풋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일에는 목숨 걸고 덤벼들었을 게 뻔하지요.” 한 구절로 요약하면 “ 마음에 드는 오빠 만나기 위해 죽기살기로 예쁜 것 쇼핑하기가 그녀들  인생의 최고관심사”라고 했다.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맞고 틀린 것에 대하여 논쟁을 벌인다면 아마 남자가 군대가니 여자도 군대가라, 심지어 여자는 애 낳느라 고통을 겪으니 남자도 애 나아봐라는 식으로 의미없는 소모전으로 진행될 듯 싶다.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이상의 범주에다 한번 넣었다 뺐다고 해도 크게 그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물론 영화가 엉성하다는 것과 내용이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단지, 정말 요즘 스물 넷, 다섯 살 먹은 여자들은 이렇게 하고 살아? 라고 크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4명의 대학 동창생들, 연극 영화과를 졸업한 소위 학사들임에도 이들이 하고 다니는 꼴(?)이란 2차 성징이 완료된 중딩생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였다. 사회에 나왔으니 밥벌이는 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한 듯 싶었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다.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음이 수시로 이들을 자극하지만 그녀들이 보여주는 것은 일탈과 한숨뿐이다.


이들의 비주얼이 워낙 출중하다 보니 귀로 들리는 메시지를 자꾸 놓치는 게 아쉽지만 결국엔 그녀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감독이 하고픈 말인 듯 싶은데, 그게 과연 그 나이대 여성들이 할 말인지 의아했다. 각각의 캐릭터는 차별적인 듯 싶지만 매우 작위적으로 보여졌다. 그런데 왜 그녀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친구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며 불평만 할 뿐 좀더 현실과 맞부딪쳐 싸우려고 하지는 않는 걸까. 왜 천부적인 배경과 아슬아슬한 운에만 기대며 좀 더 큰 미래를 그리려 하지 않는 걸까. 솔직히 네 명 중 단 한 명도 현실과 매치되는 캐릭터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윤은혜의 고등학교때 친구인 보조 작가로 나온 그 캐릭터가 더 부각되는 것은 의도적인 것 같다. 


배우들이 캐릭터와 완전히 혼연일체가 되지 못한 체 그녀들의 사생활에 투영되는 것도 아쉽기만 했다. 저런 대사를 쳐야 할 입장이 아닐텐데 하는 누구, 마치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거북했던 누구등등.


영화는 내일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거야 라며 순정명랑만화의 기본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진지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同齡의 여성들에게, 이 영화는 명품을 끼고 사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잠시 잠깐의 모르핀이 되어줄지 모르지만 극장 불이 켜지는 순간 나는 언제 저렇게 사나, 혹은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구나 하는 허탈함을 지울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