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황당한 외계인 폴 - 이쯤 되면 지구인에 더 가까운 걸

효준선생 2011. 3. 23. 00:49

 

 

 

 

황당한 외계인 폴은 좀 당황스러운 영화다. 1980년 초 스필버그가 만든 ET처럼 지구인을 낯선 존재로 여기고 접근하고 지구의 언어도 구사할 줄 모르는 캐릭터가 아니다. 외모는 그때와 닮았지만 하는 행동은 지구인보다 더 지구인스럽고 게다가 느물거리기까지 한다.


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성격이 포악하거나 거칠지도 않다. 오히려 인간에게 도움을 주려는 자기 희생정신은 인간보다 나아보였다. 외계인을 다룬 영화 많고도 많지만 이토록 인간과 밀접한 관계, 104분 러닝타임중에서 90여분 동안 늘 지구인과 붙어다닌다. 그의 외모가 외계인스럽지만 않다면 그냥 그는 지구인이다.


영화를 보면서 그가 외계인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과연 무엇과 비견될지 고민해보았다. 루저처럼 보이는 두 명의 영국인을 조력자라고 한다면 그는 어떤 사람에 가까울까. 기독교를 우습게 여기고 담배도 뻑뻑 피워대고 의사는 다 굶어 죽을 만큼의 치료기술도 가지고 있는 외계인 폴, 그 옛날 지구에 불시착 하던 날 자신이 타고온 우주선에 치어 죽은 개의 이름을 대신해 스스로를 폴이라고 부르며 주인을 다시 찾아 가기도 한다.


이쯤 되면 폴은 외국 국적의 이방인쯤 되는데, 그를 모르는 사람은 무턱대고 총질을 가하거나 잡으려 한다. 잡는 사람과 잡히지 않는 사람간의 도망과 추적은 로드무비의 좋은 소재가 된다. 그렇다 이 영화는 로드무비다. 폴을 맞이하러 오는 자기별 사람들을 찾아가는 길에 이 사람, 저 사람과 동행을 하고 그들은 마치 친구처럼 만난다.


박장대소할 만큼 크게 웃기지는 않지만 화면을 스치듯 지나가는 코믹한 장치 때문에 여러 번 웃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초능력에 가까운 솜씨에 좀 부러울 때도 있었다. 얼핏보면 좀 불쌍해 보이는 외모, 실상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우리에게 외계인은 무찔러야만 내가 사는 타도의 대상은 아닐까. B급 아메리칸 무비 스타일에 낯선 배우들이 화면을 채우지만 낄낄 거리면서 보기에는 좋다. 그나저나 이 영화보고 나면 캠핑카 한 대 사고 싶어지는 욕구가 불끈거릴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