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짐승의 끝 - 의심의 늪에 빠진 묵시록처럼

효준선생 2011. 3. 20. 00:12

 

 

 

 

 

영화 더 로드처럼 묵시록의 주인공인가 싶었다. 아니면 영화 초능력자에서의 초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여겨진 이유는 이 사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캐릭터들과 제대로 동화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것 같은 표정과 몸짓, 그리고 알 수 없는 행위는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경지에 있는 존재처럼 보였다.


영화 짐승의 끝에서의 박해일의 모습이다. 포스터에서 후드티를 깊숙이 눌러쓰고 예리한 눈빛으로 무엇인가를 쏘아보는 모습이 마치 최민식의 악마를 보았다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도 악마와 별로 다름없다.


신화속 이야기에서 탄생의 신화를 지닌 신의 모습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혹은 신과 인간의 교접은 더욱 기괴한 양태를 하고도 있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추잡하거나 저급하다고 하지 않는다. 신들은 그렇게 인간세상에 내려왔다가 가는 것을 당연하다고 느끼기조차 한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박해일의 캐릭터는 그런 존재다. 그에 대해 아는 것 같이 굴었다가는 제 명에 살지 못하고 혹은 알았다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주인공은 따로 있다. 임신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는 여자. 택시안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와 주고 받는 불쾌할 정도의 이야기들. 그리고 세상은 택시안의 그녀를 둘러싸고 정지해버린다. 주위는 적막하고 그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몇몇 살아있는 사람들은 좀비나 다름없어 보인다. 도움은 커녕 그녀의 물건을 빼앗는다.


걸어도 걸어도 쉼터라고 생각하고 있는 휴게소는 나오지 않고 그녀는 택시를 가운데 두고 맴을 도는 것 같다. 몸도 지쳐가고 취약하기만 그녀를 노리는 폭력은 스멀스멀 기분나쁘게 다가선다.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과 맹수의 형상들.


영화 말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플래시백을 통해 박해일과 여자의 만남을 보여주긴 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명쾌해 보이지 않는다. 불쑥 불쑥 아무데서나 튀어나오는 배역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강제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언짢다. 이 모든 정지상황에서 어떻게 그들만 살아있는지, 박해일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기를 빼앗기고 방 두개 전셋집과 경차, 그리고 놀이동산 이용권을 달라고 나지막히 읊조리는 여자의 말처럼 세상이 미쳐감을 말하고자 하거나 아님 보는 관객들을 혼미함에 휙 던져 넣으려는 심보가 틀림없어 보였다.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해보지만 잔영이 상당히 강하고 오래 남을 것 같다. 이해하기에 쉽지 않지만 배우들의 추운데서 무지 고생했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열연과 무엇보다 박해일의 능글거림은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