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웨이 백 - 이 지독한 야생 버라이어티 생존기록(강추)

효준선생 2011. 3. 16. 02:34

 

 

 

인간이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독한 행동은 목적지를 두지 않고 걷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영화 웨이 백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 없었다. 무작정 걷는 것은 고통스럽다. 어느 순례자왈 “그래도 자신은 행복하단다. 자기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있기에 눈앞에 펼쳐지는 도무지 걸을 수 없는 길이 펼쳐져 있다고 해도 저 길만 지나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나타나기에” 라고. 그런데 여기 8명의 남자와 여자는 그들이 가야하는 길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그런 길을 가고 있다. 그 흔한 시계나 나침반 하나 없이 길을 나섰다.


영화 웨이 백은 자유를 향한 대탈주라고 주제를 간략하게 정의할 수 있다. 1940년 러시아의 감옥에 수감된 범죄자, 그리고 이웃국가에서 잡혀온 정치범들 중에 7명은 악천후와 야음을 틈타 도망을 감행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던져진 것은 마치 보드게임위에 놓인 말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 장면 하나가 펼쳐지면 인간이 도저히 감내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놓이고 그들은 죽든 살든 그 관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졸지간에 나선 길인지라 여행, 아니 피난에 걸맞는 뭔가가 있을리 만무했다. 길위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먹거리, 입을 거리가 되었다. 시베리아에서 카스피해를 지나 시베리아 횡단열차, 몽골, 고비사막, 만리장성, 티벳, 히말라야, 인도에 이르는 수천km의 여정은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중국의 대장정은 이념과 강력한 보스쉽에 의한 행군이었다면 웨이 백의 멤버들에게는 그저 생존과 관련된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중도에 낙오하는 사람이 생기고 합류하는 사람도 생긴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은 내가 살아서 이 길 끝에 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세계 지도에 통달할 리 없고 오로지 방향감각과 두 다리에 의존해 걷고 또 걷는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중간 중간 포인트를 주기 위해 그들의 식생활에 엽기를 가미한다. 살기 위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그들은 개를 잡아 먹고 도룡뇽, 뱀, 벌레, 물에 빠진 사슴에 심지어 늑대가 먹던 정체불명의 살코기까지 날로 먹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또 물을 마시기 위해 진흙까지 핥아대던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또 하나 이들에게 괴로운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다. 과연 막판에 다다르면 식인을 할 수 있는 지 여부와 중간에 합류한 소녀에 대해 음행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다행스럽게 이 문제는 덮고 넘어 갔으며 오히려 인간애로 포장해 놓은 것에 고마워했다.


사는 것이 요즘처럼 허무할 때가 없다. 쓰나미와 지진으로 인간의 생명이 초개처럼 잊혀지는 마당에 한 사람의 목숨이 참으로 질기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그들이 보여주는 정말 인간은 가장 독한  생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들 중 몇 명이 살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기나긴 여정, 이보다 독한 야생버라이어티 생존기록은 없을 것이라 믿으며 하루를 아무 의미없이 사는 오늘날 우리 스스로에게 추천하고픈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