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 - 피는 그녀의 붉은 망토보다 진하다

효준선생 2011. 3. 18. 01:10

 

 

 

 

인간이 이종교배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는 한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생명체의 탄생을 거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다행히도 인간은 다른 종과 교배를 통해 종래 보지 못한 동물의 모습을 하고 탄생의 종을 울릴 수 없다는 과학적 사실에 안도하긴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자연의 섭리에 의해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늑대는 예로부터 인간에게는 최고의 공포였다. 특히 중세 서양인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숭배, 경외, 그러면서도 그 악마성에 벌벌 떨어야 했던 대상이었다. 혹자는 늑대를 다루는 자를 마녀라 하여 치도곤을 안기기도 했고, 혹자는 스스로가 늑대인간인 셈 치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 반인반수와 관련된 여러 컨텐츠의 존재는 분명 이야기거리가 된다. 할머니가 잠 못드는 손주들을 재우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데 꼭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영화 감독들에게는 비주얼과 스릴러를 가미할 수 있는 기가막힌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는 그림형제의 빨간 모자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하지만 내용상으로 큰 연관성은 없다. 간혹 인위적으로 삽입한 듯한 대사가 나오기는 하지만 결말로 이르는데 엄청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세상에 두 명은 없을 듯한 큰 눈에 하얀피부, 볼면 볼수록 끌리는 매력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이미지 탓인지, 늘어지는 스타일의 모자 달린 후드티는 참 잘 어울렸다. 빨간 그녀의 입술 색과도 닮았다. 이 영화는 그녀를 영화의 한복판에 둔다. 마치 지구가 자전을 하고 다른 행성이 공전을 하듯 다른 캐릭터들은 수없이 여러차례 그녀를 중심으로 해서 돌며 그녀도 그런 다른 배역들을 순례하듯 의심하고 찔러보고 반대로 힘의 논리에 물러서기도 한다.


왜? 그녀는 힘들어 보이는 고행을 택한 것일까. 영화 초반 한 여인의 시신이 발견된다. 우물을 가운데 두고 공동체 생활을 해가는 작은 마을에선 그것을 늑대의 짓이라고 단정짓지만 제사장인 솔로몬은 늑대가 인간의 탈을 쓰고 마을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여주인공 발레리는 빨간 후드가 달린 스웨터를 입고서는 동분서주한다. 죽은 여자는 자신의 언니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발레리가 의심을 품는 주변 사람들을 한 두 번씩 조명하며 혹시 이 사람일까? 아님 저 사람일까를 간을 보고 찔러보지만 선뜻 답을 얻기 어렵다. 진짜 늑대인간은 생각보다 불친절하게 숨어 있다가 다소 엉뚱한 주장을 하며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초점을 “늑대인간은 누구일까요?” 에 집착하게 만든다. 관객이 몰입을 하고 본다면 그런 측면에서는 성공이고 세 남녀의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가 지루하다면 이 영화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빨간 모자라는 원작이 있지만 너무 짧은 탓인지 전래동화속에서 이야기거리를 이것 저것 따다 섞은 느낌도 든다. 잘 사는 정혼자와 가난한 러버, 언니의 죽음과 동생의 범인찾기, 마녀와 마녀사냥, 드라큘라 이상의 피에 의한 전염, 늑대인간의 파멸적 행위등등.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영화속에 담기고 결국 “피는 여주인공의 후드 색깔이나 청춘 남녀의 사랑보다 진하다. 그러나 결코 그 사랑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봉착한다.”


영화의 디테일을 보면 배우들은 줄곧 한정된 세트속에서 맴돌고 중간 중간 맛깔나는 이야기 전개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 <트와일라잇>과는 다른 고전 스릴러물임에 틀림없으니 그래서 퀴즈의 정답을 맞추라는 듯 던져 놓는 감독의 집요함과 여 주인공의 고혹적인 매무새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지갑을 열게 하는 動因이 된다.